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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석 베트남 우리은행 부행장은 이날 ‘한·베트남 금융업 상호 협력 증진 방안 및 성공 전략’을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베트남의 은행 체질 강화 과정에서 외국 자본에 의한 인수·합병이 더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베트남 금융시장의 최대 현안은 은행 구조조정이다. 지난해 성장률(GDP 증가율) 6.8%를 달성하는 등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은행권에는 대규모 부실 자산이 쌓여있어서다. 베트남 국가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은행의 명목상 부실채권(NPL) 비율은 지난 2012년 4.2%에서 2016년 2.5%로 소폭 낮아졌다. 하지만 은행이 ‘문제여신’으로 분류한 사실상의 악성 채권까지 포함하면 실제 부실채권율은 8.9%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도 2011년부터 은행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M&A 등을 통해 정부 돈을 들이지 않고 부실 자산을 정리해 은행 건전성과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본 규제인 ‘바젤Ⅱ’를 2020년부터 전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자본 확충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홍성미 법무법인 광장 하노이사무소 변호사는 “베트남 금융시장의 은행은 포화 상태여서 앞으로 수년간은 신규 인허가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최근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 규제를 완화해 이런 쪽에서 M&A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은행의 경우 애초 외국인이 지분을 최대 30%까지만 보유할 수 있었지만, 최근 법 개정에 따라 부실 은행은 정부 승인을 받아 지분 100%를 인수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시장에 풀린 구조조정 매물을 인수해 베트남 금융 시장에 뛰어들려는 한국계 은행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금융 당국 역시 한국이 20년 전 외환 위기를 겪으며 은행을 대거 구조조정 했던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하는 기류가 강하다. 정부는 경험을 공유해 두 나라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민간은 이머징 마켓(신흥 시장) 진출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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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경우 베트남 중앙은행이 보유한 4대 국유 상업은행이 전체 금융 자산의 45.4%, 주식회사 형태의 은행이 40.3%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 등 100% 외국계 은행은 자산 규모가 전체의 9.7%로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은행의 수익성 평가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2016년 현재 2.8%를 기록하고 계속 우상향하는 등 한국(작년 기준 NIM 1.63%)보다 수익성은 훨씬 나은 편이다.
신 은행장은 “최근 유럽계 은행이 베트남에서 많이 철수했지만, 아시아계는 여전히 진출이 활발한 편”이라며 “흔히 제조업 분야에서 강점으로 꼽는 베트남의 양질의 노동력, 풍부한 인구 등은 금융 산업에서도 이 나라에 투자하는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IFC특별취재팀 김영수 부장, 문승관 차장, 김경은·박일경·박종오·전재욱·전상희·유현욱 기자(금융부), 노진환·신태현 기자(사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