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 산재 청문회 불참…與野 “대국민 사과는 하면서”

박태진 기자I 2021.02.18 16:18:49

노웅래 “눈 가리고 아웅…반드시 출석시킬 것”
포스코만 추후 원포인트 청문회 제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시행 첫해 표준 만들 것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오는 22일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 증인 출석이 예정돼 있던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병을 이유로 청문회 출석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잇따른 산재 사망사고로 여론의 관심이 주목되자 자리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정우(왼쪽) 포스코 회장이 최근 협력업체 직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북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현장을 찾아 제철소 직원들과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도 했다.(사진=포스코)


포스코 등 위험 외주화 심각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환노위에 산재 청문회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8일 환노위 여야는 최 회장을 포함한 산재 다발 기업 대표이사 9명을 산재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최 회장은 불출석사유로는 허리 지병을 꼽았다. 불출석사유서에서 최 회장은 “평소 허리 지병이 있어 장시간 앉는 것이 불편해 병원 진단을 받은 결과 2주간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권유로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게 됐다”며 “장인화 사장이 대신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는 방안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불출석사유서에는 서울 강남구의 한 정형외과에서 17일자로 받은 진단서가 첨부됐다. 병명은 ‘요추의 염좌 및 긴장’이다.

최 회장은 지난 16일 포항제철소 원료부두를 방문해 안전관리 상황을 점검하고 유족과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이곳은 지난 8일 포스코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35)가 컨베이어 롤러 교체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사망한 곳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따르면 2018년 이후 포스코에서 작업 중 숨진 노동자는 19명에 달한다.

하지만 청문회 불출석으로 최 회장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여야 의원들도 납득이 안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노웅래 의원은 “최근까지도 멀쩡히 현장 방문을 다닌 최 회장이 갑자기 몸이 아파 청문회에 나오지 못하겠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청문회에 출석시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대변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포스코를 비롯한 산재 청문회 증인 대상 9개 기업에 대해 위험의 외주화 수준이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지난달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시행을 앞둔 가운데, 산재 청문회 증인 대상 9개 기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 사고의 82.5%가 하청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대재해에 대한 위험을 하청에 전가하다 보니 부실한 안전 관리로 인한 중대재해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산업재해 청문회 불출석 통보에 대해 “반드시 출석시키겠다”고 18일 밝혔다.(사진=뉴시스)


“현장에서 죽는 노동자 없길”

환노위 야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최 회장의 불출석 통보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입장이다.

임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지적하는 것도 들어보고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있다고 얘기를 하면 된다”며 “대한민국의 큰 기업 움직이시는 회장이면 하청업체라고 할지라도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죽어간 것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산재 청문회를 제안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제가 주도해 2018년 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올해부터 시행되는데, 거기에는 500인 이상 사업장과 건설업체 (도급순위) 1000순위내 기업 대표이사는 조직문제, 예산, 시설을 포함한 안전보건 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 후 승인을 받도록 했다”며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이슈가 되고 있어서 대기업 대표이사들을 나오라고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현장 노동자 출신인 임 의원은 대표이사의 출석을 막아달라는 경영계 요구도 뿌리쳤다. 그는 “현장이 얼마나 열악한지 잘 안다. 이번 기회에 안전보건 계획 시행 첫해에 표준을 만들어줘야 생각으로 대표이사들을 부르게 했다”면서 “전방위로 로비를 해왔지만, 제발 현장에서 죽는 노동자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산업재해 청문회 불출석 통보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존 청문회는 그대로 하고, 포스코만 따로 원포인트 청문회를 여는 방안을 여당 측에 제안한 상태다.(사진=이데일리DB)
현재 임 의원은 포스코를 제외한 기업들을 대상으로는 청문회를 기존 계획대로 개최하고, 포스코는 차후 원포인트 청문회를 하자는 의견을 여당 측에 전달한 상태다.

그는 “2주의 시간을 달라고 해서 청문회를 미루는 방안도 나왔지만, 그렇게 되면 기존에 나오려고 했던 대표들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포스코만 따로 2주 뒤에 청문회를 하자고 제안했다”면서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재 청문회 증인 불출석을 통보한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환노위는 포스코를 비롯한 LG디스플레이·현대중공업 등 제조업체 3곳과 GS건설·포스코건설·현대건설 등 건설사 3곳, 쿠팡·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의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한편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국회에서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을 때 ‘부득이한 사유’로 출석하지 못할 경우 출석요구일 3일 전까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환노위 의결을 거쳐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 또 환노위 차원의 고발을 통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30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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