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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임종헌 재판부 "檢, 직권 존재하는지 의견 달라"(종합)

남궁민관 기자I 2020.03.16 18:43:03

503일 만 보석 석방된 후 첫 불구속 재판
재판부, 사법행정권 등 직권에 대한 검찰 의견서 요청
임종헌 "보석 결정 감사…보석 조건 철저히 준수"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무려 9개월여 간 공전했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재판이 이달 재개된 가운데 ‘직권’이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사법농단 관련 기소된 임성근 부장판사 역시 ‘직권’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터, 임 전 차장에게 직권이 있었는지 여부가 유·무죄를 판단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는 16일 오후 2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의 핵심 혐의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와 관련해 검찰에게 의견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진행 중인 사건의 재판 사무에 관한 사법행정권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내용이 무엇인지 밝혀달라”며 “법원행정처 차장과 기획조정실장에게 재판사무에 대한 직무감독권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그 내용은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밝혔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만약 추후 제출될 검찰의 의견서 검토 결과 사법행정권이 존재하지 않거나, 또는 직무감독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임 전 차장 역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임 부장판사와 동일한 결과를 받아들 가능성이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송인권)는 지난달 1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임 부장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임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과 공모해 2015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행적을 기사화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해 청와대 입장을 적극 반영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각 재판에 관여한 행위는 피고인의 지위 또는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독자적인 사법행정권이 있다고 인정할 법령상 근거도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즉 남용할 직권이 없다는 이유다.

한편 이날 재판은 임 전 차장이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참석한 첫 재판이기도 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13일 임 전 차장의 보석 허가 청구를 받아들였고, 임 차장은 2018년 10월 27일 구속된지 503일 만에 풀려났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인멸 등 여러 우려에 따라 임 전 차장에 대해 보석 조건으로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 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아니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할 것 △보증금 3억원 납입 △법원이 지정하는 장소로 주거 제한 △피고인은 직접 또는 변호인 기타 제3자를 통한 재판 관계자 일체 접촉 금지 △출국 시 법원 사전 허가 등을 명령했다.

임 전 차장은 법원에 들어서기 전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려운 보석 결정을 내려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피고인으로써 보석 조건을 철저히 준수하고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임 전 처장의 보석 허가에 따라 사법농단과 관련 기소된 피고인들은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역시 지난해 7월 법원의 직권 보석결정으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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