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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육군 GP 병사의 죽음…누구를 위한 의혹 제기인가

김관용 기자I 2018.11.19 17:03:25
우리 군 감시초소(GP) 자료사진 [출처=국방부]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강원도 양구군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서 육군 병사 한 명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사고를 두고 말들이 많다. 온라인을 통해 북측 소행이나 타살 가능성이 있는데도 군이 자살로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이 넘쳐난다. 사망자의 임무가 열영상감시장비(TOD) 관측병인데 어떻게 실탄이 든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느냐도 화두다. 머리에 총상을 입었는데 어떻게 40여분 동안이나 살 수 있냐는 얘기도 있다.

사실 군은 이같은 사망사고를 외부에 알리는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망자에 대한 예의와 자식을 잃은 유족, 전우를 먼저 보낸 부대원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매우 신중히 언론에 사실 관계를 설명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돼도 그대로 발표할 수 없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래서 최소한의 정보만 언론에 제공했다.

군이 처음부터 ‘대공혐의점은 없다’고 발표한게 아니다. 언론 문의가 잇따르자 초기수사에서 이같이 판단했다고 설명한 것이다. 육군 측이 뒤늦게 사망자 총기와 탄피, 관련 CCTV 포착 사실, 휴대폰 디지털포렌식 결과 등을 제시하자 일부에서 ‘끼어맞추기’라며 군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것도 유족 동의가 있어서 발표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40여분이라는 시간은 군의관이 현장에 도착해 사망판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이 포함된 것이다. TOD 관측병 역시 소총과 탄약을 지급 받지만, 근무 시에는 총기를 보관함에 둔다. 그러나 사망 병사는 GP에 당도하자 마자 화장실을 갔기 때문에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이번 사고를 두고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배경에는 군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은 군사정권 시절도 아니다. 사고현장에 함께 있던 수십명의 젊은 장병들의 눈과 귀를 막을 수 없다. 사건사고를 축소·은폐하려 했다가는 더 큰 문제가 된다는 걸 요즘 군인들은 잘 안다. 일부 네티즌은 혼자 화장실 가는 CCTV를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그 모습이 외부에 공개되는걸 유족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유족들을 더 아프게 할 수 있다. 현장에 있었던 전우들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의혹제기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난 16일 발생한 강원도 양구 GP 일병 사망사건 관련 육군 측이 언론에 제공한 문자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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