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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벗어던진 사모펀드, 투자 선순환 이끌까

윤필호 기자I 2018.09.27 18:24:07

‘10%룰’ 폐지로 일원화·투자자수 확대…글로벌 수준 자율성 보장
‘한국형 엘리엇’ 출연 기대감 높아
업계 전반적으로 환영…“다양한 방식 투자 가능”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성선화 윤필호 기자] 금융당국이 기업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내세워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전문투자형(헤지펀드)과 경영참여형(PEF) 사모펀드로 구분했던 제도를 일원화하고 투자자 제한 인원도 ‘49인 이하’에서 ‘100인 이하’로 확대한다. 각종 규제로 눈치만 봤던 사모펀드 시장에서 이른바 ‘한국형 엘리엇’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사모펀드 ‘10%룰 폐지’ 등 일원화…투자자수 49인→100인 확대

금융당국은 그동안 한국형 헤지펀드와 PEF로 나뉘었던 사모펀드 제도를 일원화한다. 헤지펀드와 PEF에서 각각 주요 규제였던 10% 이상 의결권 제한과 10% 지분 의무보유 등 ‘10%룰’을 폐지해 글로벌 사모펀드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할 방침이다. PEF의 경우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논의에서 배제됐던 역차별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3% 가량의 현대차(005380) 계열사 지분만으로 지배구조 개편과 배당확대 등을 요구한 사례 등과 관련, 국내 역차별 논란이 나왔다.

국내 사모펀드의 경영참여 요건이 완화됨에 따라 엘리엇 등 기회주의적 행동주의펀드뿐 아니라 소수지분 오너의 입장을 대표하는 ‘백기사’ 활동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기존 PEF 사모펀드는 새로 도입한 기관전용 사모펀드 제도로 전환한다. 투자합자회사 형태인 기존 PEF는 업무집행사원(GP)과 유한책임사원(LP)로 구성된다. 증권사 등 GP에 대한 검사·감독 능력이 있는 기관투자자로부터만 자금을 조달하도록 하면서 일반 사모펀드보다 완화된 규제로 금융당국 개입은 최소화할 방침이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직접 투자는 불가능하지만, 재간접펀드 형태로 기관전용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투자자수는 49인 이하에서 100인 이하로 확대한다. 다만 일반투자자에 대한 청약권유는 현행 49인이하 체제를 유지한다. 현행법상 사모펀드 투자자 수는 최대 49인으로 제한하고 이를 넘으면 공모펀드로 구분한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과 비교해 투자자 수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위는 대기업의 계열사 확장 방지 등의 목적으로 도입된 사모펀드 규제(대기업 계열 사모펀드 지분 30%이상 보유제한·계열사 편입시 5년이내 지분매각 등)는 현행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규제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며 “대체투자 수단 제공, 혁신기업에 대한 성장자본 공급, 기업가치 제고 및 지배구조 개편, 선제적 기업구조조정과 M&A 활성화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IB업계, 암암리 행해지던 ‘손톱가시’ 제거 효과…환영

PEF 참가자들은 그동안 투자 범위를 제한했던 걸림돌이 제거됐다며 환영했다. 기업 투자 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투자만을 허용했던 규제가 완화되면서 대출 채권형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는 “국내 사모펀드의 역사에서 2018년은 처음 국내 사모펀드 관련법이 생기던 2004년과 맞먹는 획기적인 변화를 만든 해가 될 것”이라며 “사적인 투자의 이익 극대화라는 사모펀드의 본래 취지에 맞게 글로벌 선진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경영참여형 PEF를 옥죄던 핵심은 ‘10%이상 지분 보유 의무’였다. 대주주로 참여해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고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채권형 투자를 할 경우 2년 이상 의무 보유를 한 뒤 반드시 지분으로 전환해야 했다. 경영권 감시를 위해 사외 이사를 선임하는 등의 제약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사모펀드 일원화 개선 방안은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하고 400% 이내 차입과 대출까지 가능토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PEF가 CB나 BW 투자를 하려면 걸림돌이 많아 그 과정에서 딜이 깨지도 했다”며 “이번 규제 완화로 보다 다양한 방식의 투자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PEF들의 자율권 확대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송인준 IMM PE 대표는 “규제 없이 운용사에게 자율권이 커지는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기관투자가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강성적 교직원공제회 기금운용총괄이사(CIO)는 “사모펀드 도입 이후 국내 금융 시장이 발달하면서 선순위, 메자닌, 에쿼티 등 다양한 투자법들이 이뤄지고 있다”며 “경영참여형 PEF가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투자회사의 운영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말했다.

엘리엇처럼 기회주의적으로 기업의 경영권에 참여하는 액티비스트 뿐만 아니라 소수 지분 오너를 돕는 ‘백기사’의 활동도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기업의 주주권이 확대 방향으로 볼 수 있다”며 “소수의 재벌이 아닌 지분을 가진 실질적인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실질적 혜택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가 더 크게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10% 이상 지분을 인수하면서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전면 가능해지면 기업 경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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