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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집단소송제는 증권 분야에만 한정해 적용했다. 하지만 이번 입법예고에 따르면 앞으로는 제한 없이 모든 분야로 확대된다. 피해자 중 50명 이상이 모여 소송을 제기하면 결과에 따라 모든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다.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역시 종전까진 개별 법률에 적용됐다면 앞으로는 상법, 즉 모든 분야로 확대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의 위법행위로 인한 실제 손해액보다 더 큰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제도다. 법무부는 상법 개정을 통해 실제 손해액의 5배 한도로 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소송 폭증은 불 보듯 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법조시장의 새로운 먹잇감이 생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원고 혹은 피고가 10인 이상인 집단소송(1심 다수당사자 민사 소송 기준)은 8244건이다. 지난 2014년 6812건에서 4년 새 1432건이나 늘었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피해자 100명이 10만 원씩만 착수금을 지급해도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1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변호사들에겐 승소를 하면 ‘대박’, 패소해도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게임이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승소한다 해도 생각만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지난 2월 마침표를 찍은 국내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의 첫 사례인 ‘씨모텍 주가조작’ 사건은 피해자들이 증권사를 상대로 1인당 겨우 29만 원 가량을 배상받았을 뿐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입증 책임과 관련해 소비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입법예고안을 보면 기업이 자료 제출 명령 등을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피해자 주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법무부는 40일 간의 관계부처 협의, 공청회 등을 거쳐 집단소송제·징벌적손해배상제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입법예고기간 중 여론 수렴, 법제처 심의를 거쳐 이르면 연말 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하겠다는 것.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인데다 민주당이 176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 통과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집단 소송 1건만 승소해도 평생 먹고살 돈을 번다는 얘기가 있다”며 “한국에도 자연스레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와 이를 막기 위한 대형로펌 전문팀이 생기는 등 새로운 법조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