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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못 버텨…국적사 항공기 20여대 반납 '몸집 줄이기'

이소현 기자I 2020.11.25 18:02:33

국내 보유 민간항공기 감소세 전환은 처음
리스 연장 안하고 추가 도입 보류.."고정비 축소"
'구조조정' 이스타항공 11대 방출로 '최다'
'빅딜' 앞둔 대한항공·아시아나 노후기 정리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항공기를 감축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여객 수요가 90% 이상 줄어들면서 운항하는 항공기보다 주기장에 멈춰선 항공기가 늘면서다.

고속 성장을 거듭했던 국적항공사의 보유 항공기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50여년 국내 민항 역사상 처음이다. 항공업계는 항공 수요 회복이 이르면 2022년 4월쯤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어 항공기 감축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 민항 역사상 처음으로 보유 항공기 감소세 전환

25일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관리시스템(ATIS)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등록된 민간항공기는 총 748대로 전년(774대)보다 3.4%(26대) 줄었다. 올해 항공기 등록(14대)보다 말소( 40대)가 더 많았다. 1977년 국내 첫 민간항공기가 등록된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국제선 여객 운항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대한항공(003490) 등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가 있는 국적항공사 8곳은 보유 항공기를 작년 말과 비교해 올해 들어 최소 1대에서 최대 11대까지 줄였다. 노후 항공기를 처분하거나 임대 계약 만료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항공사의 항공기 도입은 구매와 임대(금융·운용 리스)로 나뉜다. 대당 가격이 1000억원을 웃도는 거액이라 은행으로부터 항공기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직접 구매하거나 항공기 임대회사로부터 빌려 쓰고 있다.

국적항공사 중 가장 많이 항공기를 줄인 곳은 이스타항공이다. 작년 말 23대를 보유했던 이스타는 3월 16일부터 지난 23일까지 B737 11대를 반납했다. 지난 3월부터 운항을 중단한 이스타는 제주항공과 M&A에 실패, 영업을 재개하지 못하면서 리스료가 연체되자 임대회사가 항공기를 조기 회수했다.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로 작년 말 기준 45대를 보유한 제주항공(089590)도 지난 9월 B737 1대를 계약기간 종료에 따라 반납했다. 제주항공은 2018년 9대, 2019년 8대 등 공격적으로 기재를 도입하며 규모를 키웠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도입한 항공기는 1대도 없으며, 추가 도입도 미루고 있다. 작년 말 기준 28대를 보유했던 티웨이항공(091810)도 지난 10월 B737 1대를 임차 만료로 반납했다.

진에어(272450)는 2018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국토부 제재로 미뤄졌던 항공기 도입(4대)을 계획대로 진행했고, 유동성 위기가 가중되자 지난 7월 계약 만료된 B737 2대를 반납했다.

에어부산(298690)은 3월과 5월에 신형 항공기 A321NEO를 2대 도입했다. 경영상 부담이었지만, 작년 인천공항 취항과 중거리 노선 진출 계획에 따라 미리 도입을 결정한 터라 번복하기가 어려웠다. 7~8월에는 계약 만료된 A321 3대를 반납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계약 만료에 따라 자연스럽게 송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만기가 도래하는 항공기는 연장 없이 반납하고 추가 도입 계획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리스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딜’ 앞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노후 항공기 반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020560)도 올해 항공기를 각각 5대씩 반납했다. 대한항공은 B777, 아시아나는 B747 등 기령이 20년에 달하는 노후 항공기를 정리했다. 항공기는 주기적으로 부품 교환과 정비가 이뤄져 정해진 사용기간이 없지만, 노후 항공기는 신형에 비해 연료 소모가 많고, 잦은 정비로 관리가 쉽지 않는 등 운영 부담이 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처분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는 올해 신형 항공기 A350 3대, A321NEO 4대 등 총 7대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지난 2월 A350 11호기를 끝으로 추가 도입은 미루고 있다. 2015년 B737-MAX8 30대 구매를 확정한 대한항공은 해당 기종의 기체결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안전 확보 시점까지 도입을 연기했다.

최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를 결정하면서 앞으로 양사의 중복 노선 정리와 항공기 활용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유동성 위기에 놓인 양사가 합병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원가 절감 등을 통해 항공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대한항공이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나머지 동남아와 중국 등 중단거리 노선을 아시아나가 맡을 것으로 예상한다.

노선 효율화 과정에서 항공기 운영도 재편될 전망이다. 특히 고정비를 낮추고 부채 부담을 덜기 위해 아시아나의 높은 항공기 리스 비중이 조정될 것이 유력하다. 대한항공은 직접 구매하거나 항공기 소유권을 이전받는 것을 전제로 임차한 금융리스 항공기가 전체(164대) 중 80%가량을 차지한다. 반면 아시아나는 보유 항공기(82대) 중 7대 3의 비율로 운용리스(53대) 비중이 높다. 금융리스는 20대이며, 직접 구매는 9대에 불과하다. 또 제작 20년이 넘은 노후항공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각각 28대, 17대로 정리 대상 1순위다.

한편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심문 결과에 따라 빅딜의 운명이 달렸다. 재무구조의 개선 등 경영상 목적 달성으로 인정받으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에 탄력을, 반대로 경영권을 방어할 목적이라고 판단돼 인용되면 인수는 사실상 무산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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