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어떨까요. 구현모 대표가 연임 의사를 표하고 KT 이사회가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내년부터 3년 동안 KT 그룹을 이끌 CEO를 선임하는 절차가 시작됐습니다.KT 지배구조위원회 운영규정(제7조)에 따르면 KT 이사회가 현직 대표이사에 대해 연임 우선 심사를 결정하면 별도의 CEO후보 심사대상자들을 선정하지 않고 연임 여부부터 심사하게 돼 있죠.
“이번엔 외풍이 없었으면” 하지만, 장담할 순 없습니다. 외부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정부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을 빌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모습도 불안감을 키웁니다. 손 회장은 ‘라임 사태’로 금융위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아 구현모 KT 대표이사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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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내부도 한마음 한뜻은 아닙니다. KT 사옥 앞에는 구현모 대표이사를 응원하는 현수막과 그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응원하는 곳은 KT 파트너사들이고, 비판하는 곳은 KT새노조이죠. 새노조 조합원은 수십 명에 불과해 1만 5,000명이 넘는 조합원이 있는 KT노동조합과는 다릅니다.
오너가 있는 기업이라면 CEO를 뽑을 때 직원들 의견은 묻지 않습니다. 이사회가 CEO까지 평가하는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바꾸고 있다지만, 오너 의중이 절대적이죠.
그런데 KT는 정부 지분을 팔아 전문경영체제를 꾸린 기업입니다. 그래서 투자자(주주)는 물론, 직원들을 대표하는 단체나 노동조합의 의견도 중요하죠. KT 이사들이 구 대표 연임 여부를 심사할 때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재벌 회사들과 다른 KT이니까, CEO 선임 과정에 더 깊은 진심이 담겨야 할 것 같습니다. ‘현 CEO와 친한 사외이사들이 CEO를 뽑아 자신의 지위를 보존하려 한다’라는 의심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꼼수 이사회’라는 불신을 없애려면 KT 이사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회사 정관과 지배구조위원회 규정에 따라 진행한다’는 두루뭉술한 설명으론 부족합니다. 투명하게 심사 절차를 공개하고 공정하게 심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CEO를 평가했고, 어떤 내용을 주문했는지도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온라인 활동이 많아 IT 기업에 유리했던 팬데믹이 끝나갑니다.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새로운 3년을 맞이할 KT 호의 수장. 구 대표 연임 여부와 관계없이 KT CEO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겁니다. KT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발전하는데 중요한 신사업 확장은 물론, 인공지능(AI)이나 클라우드 같은 신기술로 대한민국 디지털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 확고한 윤리 의식에 기반을 둔 기업경영 의지 같은 것들이 차기 CEO의 중요한 덕목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