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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활성화하겠다면서 카풀 쏙 뺀 김동연…업계도 ‘반신반의’(종합)

김형욱 기자I 2018.10.24 17:14:31

신교통수단 활성화하겠다면서 '카풀' 포함 여부도 함구
업계 간담회에서도 논란 된 카카오 등 카풀업계는 빠져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형욱 조진영 기자] 정부가 공유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연내 각종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했다. 논란에 정면으로 부딪혀 해법을 찾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 과정에서조차 민감한 현안은 쏙 뺐다. 이번에도 흐지부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업계도 반신반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공유경제와 스마트 헬스케어 부문에 대한 규제 해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카풀이나 숙박공유 같은 공유경제는 연내까지 답을 찾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정부가 2013년 미국 승차공유 기업 ‘우버’의 국내 진출 이후 첨예한 갈등으로 손을 못 대오던 이슈에 시기까지 못 박아 해결키로 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의료계의 반발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던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기기의 건강관리 시장 진출과 원격 협동진료(협진)도 제한적으로나마 규제를 풀어 활성화하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회의 직후 관계부처 장관과 함께 공유경제 관련 업계 대표들을 만나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정면돌파해야 한다”며 “누구 하나가 죽는 ‘제로섬’이 아니라 모두에게 좋은 ‘플러스섬’이 되도록 슬기로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유경제 기반 조성을 위한 분야별 플랫폼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경제 라운드테이블’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는 이날도 정면돌파하겠다는 말과 달리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모두 피해 갔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를 풀어 활성화하겠다는 신교통수단에 ‘카풀’이 포함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조차 즉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부처 간 치열한 논쟁 끝에 수준을 조절해 발표한 내용”이라며 “자세한 건 올해 안에 다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 부총리와 공유경제업계와의 만남에서도 택시업계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쏘카(풀러스)는 빠졌다. 이태희 벅시(승합차 공유 서비스) 대표는 이 자리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대표가 앉았어야 할 자리에 내가 초대된 건 우리에게 법적 논란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뒤집어 말하면 우리도 사회적 논란이 될 새로운 시도를 했다면 이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유경제나 원격의료 등 새로운 서비스는 기존 운수·숙박업계나 의료계의 반대와 이에 못 이긴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수년째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앱을 출시하려 하자 택시업계가 집단 파업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수많은 공유업체는 무너지거나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중재·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게 공유경제 업계의 일관된 목소리였다. 박종환 김기사컴퍼니 공동대표는 “법인택시 기사를 만나 설명해주면 주위에서 워낙 말이 많아 그렇지 우버가 꼭 자신에게 나쁘지 않겠다고 얘기하더라”며 “바뀌는 시대에 맞춰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하는 게 문제를 푸는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도 “기술·사회 변화는 우리가 거부한다고 거부할 수 없다”며 “1~2년씩 보직이 바뀌는 공무원이 자신의 임기 동안 큰 문제 안 만들려고 후배에게 폭탄을 떠넘기는 일이 더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 산업 종사자들이 이달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24일 발표한 ‘일자리 창출력 제고 위한 혁신성장과 규제혁신’ 방안 중 혁신성장 관련 내용.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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