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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 전원을 직접고용하도록 한 이번 조치가 정규직 전환 정책을 민간기업까지 확산하는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민간기업에 직접고용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정부가 양대지침을 폐기하는 등 고용유연성은 경직화하면서 정규직 채용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경영환경이 악화할 수 밖에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 고용부 “본사-제빵기사, 근로계약 없어도 불법파견”
고용부는 이번 파리바게뜨 사례에 대해 실질적인 사용사업주가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채용·평가·임금 등 인사 및 노무 전반에 개입한 경우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한 법원 판례를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대법원은 계약의 형식·명칭과 관계 없이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일례로 지난 2월 10일 선고된 현대자동차 2심 판결에서는 현대차가 2차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지휘명령을 행사한 경우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 봐 불법파견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노사 합의를 거쳐 하청업체 근로자를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부가 과거와 달리 불법파견의 범위를 과도하게 확대 해석해 기업의 인력운영의 유연성을 위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그간 정부는 불법파견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거나 처분을 내려왔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고용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직접고용만이 정답인 것으로 여겨질 경우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기업에 정규직 고용을 강제할 경우 채용을 기피해 되레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도급업체나 자회사를 통해 인력을 사용하는 것은 고용유연성 뿐 아니라 전문성을 강화해 효율적인 인력운영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면 고용안정성은 담보되겠지만 자칫 관련 업계 일자리를 줄이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 정규직 보호 강화하면 일자리 진입장벽 높아져
전문가들은 복잡다변화한 산업구조에 대한 고려없이 ‘정규직은 좋고 비정규직은 나쁘다’는 식의 도식적인 인식아래 정책을 펴나갈 경우 사업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대 산업구조에서 생산과 영업 등은 네트워크가 많이 발전했는데 이를 단선적인 구조로 직고용하는 것은 업계에 상당한 무리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만약 이번 조치가 프랜차이즈업계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시그널이라면 위험한 결정이다. 프랜차이즈업계는 특성상 다양한 가맹점과 본사, 파견업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네트워킹돼 있다”면서 “여기에 속한 노동자로서는 지휘·명령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는 있으나 사실은 협력적 관계라 수직적인 지휘·명령과는 개념이 다소 다르다. 이를 무시하고 업계에 대해 전반적인 정규직 전환 지침을 준 것이라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파리바게뜨 사태를 통해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을 남발해왔던 잘못된 관행을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병훈 교수는 고용부의 직접고용 지시로 인해 음성·양성적으로 비정규직을 차별해왔던 관행이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기업 등 사용자도 고용관행을 돌아보고 고칠 것은 고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기업이 이를 따르지 않거나 일부만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등 사실상 반발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사례가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의 일환이라는 전제 아래 후속대책을 신속하게 논의하고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실업자가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현재 세계적 추세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규직을 강하게 보호하는 것은 실업자들에겐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이라며 “당연히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도 필요하지만 일자리에 어떤 부작용을 줄지 고려해 정책의 속도와 범위 등을 고려한 후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