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R이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긴 제도다. 총자산이 2500억달러 이상인 대형은행들은 총 자산 중 정해진 비율만큼은 꼭 자기자본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준은 코로나19 이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SLR 규제를 완화시켜주며 국채를 추가 매입할 수 있게 해줬다. 대형 은행들이 국채를 추가로 사들일 수 있게 되자 국채 수요가 증가했다. 이로 인해 국채 가격은 뛰었고 금리는 내렸다.
그러나 이 SLR 규제 완화가 이번달 말 종료될 예정이다. SLR 규제 완화가 종료되면 은행들은 채권까지 포함해 SLR 기준을 새로 맞춰야 한다. 달리 말해 추가로 국채 매입에 나서지 못할 뿐더러 보유한 국채마저 내다 팔아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채 매도 압력이 높아지면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증시엔 부정적이다. 금리가 오르면 무위험 국채를 사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엔 악재로 작용하는 탓이다.
연준은 당장 언급을 회피했지만 증권가에선 SLR의 연장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경제와 인플레이션)전망의 진전이 아닌 실제 진전’이 확인한 후에야 정책 변경이 가능하다고 시사한 점을 비추어 볼 때 SLR은 연장 결정이 내려질 소지가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FOMC에서 SLR 연장을 시사하지 않았지만 종료일까지 2주가 남았고, 당분간 연준이 완화적인 스탠스를 유지한다고 한 만큼 지나치게 실망하기 보다는 종료일 전까지 연준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만약 SLR 규제가 부분적으로 재개되더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으리란 시각도 제기된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분적인 규제 재개라면 금융시장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상업은행 유동화자산 비율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