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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나오라"는 트럼프…꿈틀대는 'G20 휴전' 가능성

이준기 기자I 2019.06.11 16:28:25

'톱 다운' 방식으로 美中협상의 물꼬 트려는 트럼프
中, 여전히 확답 피하지만…정상회담 기대감 모락
시진핑 "내 친구 트럼프"…트럼프 "훌륭한 관계" 덕당
6개월전 '90일 휴전' 만든 정상회담 재현 가능성
라이트하이저·류허 '협상 재개' 끌어내도…역할 성공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오는 28~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하고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의가 없으면 “25%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으름장도 빼놓지 않았다.

정상회담에 다소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시 주석을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 이른바 ‘톱 다운’(Top down·하향식) 방식으로 장기 표류 중인 미·중 무역협상의 물꼬를 트겠다는 전략이다.

두 정상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정확히 6개월만이다. 지난해 12월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 당시 ‘90일 휴전’에 합의했던 만큼,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도 또다시 휴전 가능성이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브로맨스’ 보여준 美中정상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내 생각에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또 다른 3000억달러(중국산 제품)에 25%를 부과할 선택권이 있다. 25% 관세나 25%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는 추가 관세라는 카드가 있으니 시 주석에서 G20 정상회의에 오라는 압박이다.

앞서 이날 오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의 스쿼크박스(Squawk Box) 프로그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미국은) 35~40%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무역)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나머지 60% 제품에도 부과할 것”이라도 압박했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은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에 대해 물밑에서 논의해왔지만, 미국의 대(對) 화웨이 봉쇄 등 압박이 거세지자 중국 측은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에 이어 11일에도 “구체적인 소식이 있다면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다”며 여전히 정상회담 수용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분위기가 나쁘지만은 않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갈등 속에서도, 두 정상이 ‘브로맨스(남성 간의 친밀한 우정)’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을 부추긴다.

시 주석은 지난 7일 상트페테루브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총회에서 “우리(중국)는 미국과의 관계가 깨지는 것에 관심이 없다”며 “내 친구인 트럼프 대통령 역시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공개석상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친구”라고 지칭한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인터뷰에서 “그(시 주석)와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는 정말 굉장하고 훌륭한 사람이다. 매우 강하고 스마트하다”고 치켜세웠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은 중국을, 나는 미국을 위하고 있다”고도 했다.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는 작금의 시 주석의 처지를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존 퀼치 마이애미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더라도 두 정상의 만남은 꼭 필요하다”며 “글로벌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 경제 대국 사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이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확신을 원한다”고 했다. 영국 옥스포드대 중국센터의 조지 매그너스 교수는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미·중 관계가 얼마나 악화 됐는지를 보여주는 징표”라며 “현 상황에서 화해를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은 두 정상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만약 G20에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아예 성사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양상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진=AFP
◇협상 재개만 끌어내도 성공?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극적인 타결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 말 ‘90일 휴전’ 이상의 성과를 내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신흥국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마크 모비우스 모비우스캐피털파트너스 창업자는 이날 마켓워치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더라도, 단기 합의 이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소식통은 SCMP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12월 아르헨티나 정상회담의 재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2시간30분간의 만찬 회동을 통해 양국의 관세 부과를 전면 유예하는 ‘90일 휴전’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두 정상이 긴 시간 대화를 나누며 양측의 견해차를 줄인다면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고 SCMP는 전망했다. 지난달 10일 결렬된 워싱턴D.C에서의 협상 이후 별다른 접촉을 하지 않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는 것만으로도 진전의 신호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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