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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 3명 vs 비둘기파 3명…금리인상 시기 '안갯속'(종합)

김정남 기자I 2018.06.12 18:47:09

'매의 발톱' 더 세운 금통위원 2人
중립 성향 1人도 매파 쪽 기울어
불확실성 강조한 비둘기파도 3人
인상 vs 동결 '팽팽'…금리 안갯속
이주열 "완화 유지"…비둘기 해석
"10월 이후 인상" 힘받을 가능성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내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통위원 7명 중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6명이 기준금리 인상과 동결을 두고 3:3 양상을 보인 것이다. ‘캐스팅보트(가부 동수인 경우 의장이 갖는 결정권)’를 쥔 이 총재가 최근 비둘기파 면모를 보이면서 지난달 기준금리가 동결됐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통위가 당장 8월께 인상에 나서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매의 발톱…“금리 인상 바람직”

한국은행이 12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지난달 24일 개최)를 보면, A 금통위원은 “현재의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다소 축소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달 24일 당시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6개월째 1.50%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다만 A 위원의 언급은 사실상 ‘인상 소수의견’으로 읽힌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완화적 통화정책은 주택시장 규제 완화와 더불어 내수 진작을 통해 물가를 견인해 줬지만, 올해부터는 주택의 과잉 공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현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면 ‘풍선효과’가 여러 부문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B 위원도 “경기 국면의 전환 가능성에 대비해 통화정책의 운용 여력을 확보해두는 차원에서 성장세가 견실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소수의견으로 공표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표현이다.

B 위원은 “완화적인 금융 상황이 이어질 경우 민간신용의 높은 증가세가 억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완화 정도를 축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C 위원은 “물가 상승률 추이는 하향세가 반전됐다”며 “물가 흐름의 상승세 확대 및 지속 여부를 좀 더 확인하며 인상 시점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중립 성향에서 다소 매파로 기운 발언으로 보인다. 직전 4월 금통위(매파 2명) 때보다 더 매파적 색채를 띠게 된 이유다. A 위원과 B 위원의 인상 발언 강도도 전보다 강해졌다.

◇여전한 비둘기…“불확실성 높다”

다만 불확실성을 우려한 비둘기파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D 위원은 “향후 성장 경로상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며 “(물가 상승률도)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기조적으로 상회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동결 기조를 일단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 위원 역시 “통화정책과 보다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총수요 측면의 변화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며 “아울러 현 시점에 물가를 예단하기에 많은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노동시장 상황 변화가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F 위원도 “경기와 관련한 여러 불확실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고용시장 상황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통위가 7월 본회의 때 신호를 주고 8월 인상에 나서도 무리가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시장은 최근 한은의 인상 신호가 없다보니, 그 시기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창립 68주년 기념사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인상은 하되, 당장은 아니다’는 메시지다. 올해 10월 이후에나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이를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1bp(1bp=0.01%포인트) 하락한 2.721%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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