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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나가야 하는데"…'한파 속 내복아이' 소식에 우는 싱글맘들

공지유 기자I 2021.01.14 17:29:39

'한파 속 내복 아이'로 한부모가정 돌봄공백 지적 제기
"긴급돌봄 완벽히 작동 안해…아이 두고 나올 땐 눈물"
"방치할 수밖에 없는 제도 문제…지원 확대해야"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최근 일명 ‘한파 속 내복 아이’ 등 비극적 사건이 알려지며 한부모가정 내 아동들의 방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린이집·유치원 등원이 중단되며 긴급 돌봄도 활성화됐지만, 여전한 돌봄 공백과 사회안전망 부족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돌봄교실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한부모가정 ‘돌봄 공백’ 심각…직장 그만 두기도”

지난 8일 서울 강북구에서는 만 4세 여아가 한파가 몰아친 밤 내복 차림으로 구조됐다. 아이의 엄마는 한부모 가정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모친은 경찰 조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은 아이를 두고 출근한 사이, 아이가 바깥으로 나갔다가 발견된 것.

이 사건으로 일각에서는 아이를 방치했다는 비난이 일었지만, 홀로 일을 하며 아이를 양육하다가 일어난 복지 사각지대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미혼모단체 관계자는 “물론 아이가 어린이집을 못 가겠다고 해도 아이를 혼자 둬선 안 됐고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긴급 돌봄도 매칭이 바로 되지 않고 정말 특별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등 돌봄 공백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가지 못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한부모 가정 엄마들도 많았다”며 “돌봄 시스템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부모 가정 아동의 돌봄 공백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제기된 문제였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이은희(가명·30대)씨는 4년 전 만 6세 아이와 함께 한부모가정 거주 시설에서 퇴소했다. 이씨는 사회로 나오자 마자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아이를 돌볼 사람은 자신 말고는 없었다.

이씨는 “방세 독촉이 계속 날아오는 상황에서 일이 구해졌는데 돌봄 지원은 바로 받을 수 없다고 해 아이를 두고 일하면서 너무 힘들었다”며 “일하면서 방 안에 설치된 화면으로 아이가 졸고 있는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이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돌봄 관련 정보를 잘 모르는 엄마들도 많고 학교에서 긴급 돌봄을 지원하지 않는 곳도 있어서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취약계층 아동들이 부모 없이 홀로 지내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서울대 아동가족학 연구진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취약가정 아동·청소년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아동 998명 가운데 평일 집에서 홀로 지내는 아동이 415명으로, 전체의 41.6%에 달했다. 10명 중 4명 정도가 집에서 부모 없이 지내고 있는 셈이다.

“한부모가정 지원책 부족…돌봄 공백 해소·사회안전망 마련해야”

한부모가정 양육자들은 취약계층이 사회에 정착하는데 충분한 서비스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시설을 나와도 수급자가 되기 전에는 다른 지원을 전혀 못 받는데 학교 긴급 돌봄도 대기자가 많아 빨리 들어갈 수 없어 지역아동센터에 아이를 맡겨야 한다”며 “그마저도 지역아동센터의 환경이 좋지 않아 아이가 가지 않겠다고 하면 꼼짝 없이 아이를 두고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한부모가정 양육자의 경우 나이가 젊고 근로능력이 있다고 인정받아 자활근로를 해야 수급자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씨는 “‘젊은데 왜 일을 안 하느냐’라는 분위기가 있어 일을 하면서 (아이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제도가 있는 것 같다”며 “아이가 너무 어려서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엄마들을 국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은 “한부모 가정이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왔을 때 정착할 수 있게끔 하는 지원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특히 원가족과 단절이 있는 가정의 경우 안전망이 없이 아이들을 키우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돌봄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 사무국장은 이어 “야간업무를 하는 엄마들은 아이를 재워놓고 나가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 많다”며 “‘강북구 사건’ 같은 일을 막기 위해 한부모 가정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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