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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조 연설 전문

선상원 기자I 2016.12.13 20:18:37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기조 연설

벌써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제가 경기도지사를 끝내고 동아시아의 미래 속에 대한민국을 새롭게 새우겠다는 뜻을 품고 동아시아미래재단을 설립한지 10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저 자신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재단을 지켜주신 김성수, 송태호 이사장님들을 비롯한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를 지켜주시고 응원해 주신 지지자들과 국민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커다란 변화 속에 있습니다. 위대한 국민의 시민혁명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헌법재판소에 가 있습니다. 시민의 함성이 평화의 축전 속에서 명예혁명을 이룬 것입니다. 그것은 분명 세계사에서 처음 보는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조속한 시일 내에 대통령 탄핵을 인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합니다. 새로운 나라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합니다. 지금 우리 국민과 역사의 명령은 낡은 틀, 낡은 제도, 낡은 시스템과 결별하라는 것입니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삶의 길을 열자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광장의 함성은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라는 아우성이었지만, 그 바탕에는 부패하고 더러운 정치, 잘못된 세상을 바꾸라는 분노가 있는 것입니다. 6공화국의 낡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물리치고 정의로운 국민주권의 7공화국 건설을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시민사회의 다양한 민심을 제대로 수용할 민주제도를 완성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 헌법정신이 제대로 구현될 정치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원합니다. 정유라 없는 세상, 우병우 없는 세상, 최순실 없는 세상을 원합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세상, 모두 함께 일하고 모두 함께 나누는 세상을 원합니다.

이것이 7공화국입니다. 7공화국에는 제왕적 대통령이 없습니다. 최순실의 비선실세가 없습니다. 우병우의 정치검찰이 없습니다. 정유라의 특권비리가 없습니다. 재벌의 횡포가 없습니다. 국민이 주인되는 국민주권시대가 열립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함께 잘사는 나라가 열립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 우리를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국민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국민주권시대를 선포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변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개인주의적, 보수적 정책노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 속에서 함께 같이 살자는 공동체주의가 싹트고 있습니다. 재벌의 횡포 속에 우리를 맡기지 말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속에서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행복을 함께 추구하자는 뜻입니다. 특권층의 비리에 비탄하지 말고 시민들이 나서서 법 앞에 평등한 사회를 이룩하자는 함성이었습니다.

광장의 분노는 대통령을 퇴진시켰습니다. 광장의 분노가 인적 청산을 했으니 이제는 정치권이 제도 청산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정치권이 져야할 책임입니다. 구체제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공화국, 7공화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정치권은 무책임했습니다. 광장에 따라 나가 시민들의 함성을 따라 불렀을 뿐입니다. 광장에서 하야를 외치면 정치권도 하야를, 시민들이 탄핵을 외치면 정치권도 그것을 따라 불러주는 정도였습니다. 그것뿐이었습니다. 탄핵 이후를 대비하는 정치권의 책임은 회피했습니다. 그 결과 탄핵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섰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꾸준히 외쳤습니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야는 합의하에 국무총리를 뽑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야당은 국무총리에 대한 합의는커녕, 의논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탄핵안 가결 후 대통령권한대행이 들어서니 황교안 퇴진, 내각 총사퇴에, 심지어 권한대행 탄핵까지 거론했습니다. 후안무치입니다. 이런 자세로 어떻게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것입니까? 한심한 일입니다.

개헌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를 바꾸자는 게 광장의 요구입니다. 구체제를 바꿔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뜻입니다. 그런데 야당의 지도부는 시간이 없다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개헌론에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공격까지 합니다. 좀 더 솔직해져야 합니다. 개헌론에 불이 붙으면 대권의 길이 멀어지니까 하는 말 아닙니까?

87년 체제 속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자는 측은 한마디로 기득권 세력입니다. 제2의 박근혜가 나와도 좋다, 나만 대통령이 되면 된다는 말입니다. 바로 호헌세력의 진면목입니다.

6공화국은 박근혜 대통령으로 끝났습니다. 정권은 사실상 교체되었습니다. 단순히 정권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정권으로 나라가 바뀔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나라를 진정으로 바꿀 정권이 들어서야 합니다. 패권 세력은 안 됩니다. 기득권 세력도 안 됩니다. 비선 실세는 더더욱 안 됩니다.

헌법 개정은 7공화국을 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고 과정일 뿐입니다. 호헌세력은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시간은 충분합니다. 그간 시민사회에서, 정치권에서 충분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개헌안도 나와 있습니다. 선택의 문제입니다. 조기 대선의 욕심을 애국심으로 가리고 나면 개헌안이 보입니다. 호헌 세력의 기득권이 구체제에 머물러 있다면, 개헌은 신체제를 향한 개혁세력의 것입니다.

7공화국은 독일식 의원내각제가 바람직합니다. 저는 원래 내각제 반대론자였습니다. 그러나 독일이 1949년 정권수립이래 8명의 국무총리로 정치적 안정과 경제부흥에 통일까지 이루고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데는 정치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을 알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독일은 다당제 의회에서 연립정권으로 정치적 안정을 확보했습니다. 합의제 민주주의의 협치를 완성했습니다. 다당제 연립정권을 가능하게 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지역간 편차도 극복했습니다. 연립정부의 지속으로 통일정책과 원자력발전소 폐기 등, 정책의 연속성도 보여주었습니다.

촛불광장에서 표출된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꽃피우고 있는 오늘, 우리도 독일과 같은 합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당제 의회를 이루기 위한 선거법 개정은 실상 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헌법사항입니다.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명을 받아 내각을 통할하고, 국회의 국무총리 해임권도 강제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법의 개정만으로는 이러한 협치를 이룰 수 없습니다.

7공화국을 위한 개헌을 이루고 나면 이의 시행은 2020년 국회의원 선거부터 효력을 발생하게 됩니다. 그때까지 대통령은 새로운 헌법에 의해 다당제 협치를 시행하고, 국무총리를 국회의 동의에 따라 임명하고 새로운 헌법정신에 의한 권한을 부여하면 됩니다. 2020년 총선에 따라 국무총리가 임명되면 대통령은 물러나면 됩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손으로 뽑아야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분출하면, 이를 수용해서 대통령을 뽑고 그에게 일정한 권한을 주면 됩니다.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서는 개헌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면 됩니다.

만약에 개헌 논의과정 중에 일찍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되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까지 논의된 개헌안을 대통령 후보가 수용하고 당선 후 즉시 헌법을 개정하고 위의 과정을 수용하면 됩니다.

문제는 7공화국의 성격입니다. 7공화국은 국민주권시대를 열어가는 우리나라의 미래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의 무소불위한 권한을 없애고, 주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위해서 재벌중심의 경제체제를 바꾸고, 불평등 해소에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길입니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게 나눠주어 분권을 이루는 길입니다. 협치와 합의제를 통해서 정치의 안정과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할 것입니다. 재벌과 검찰 등 특권층의 횡포를 막고 우리 국민과 미래 세대의 안전과 행복권을 보장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이루어서 통일의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여러분과 함께 7공화국 건설에 나설 개혁세력을 한데 묶는 일을 하겠습니다. 개혁의 전사들을 모으겠습니다. 7공화국을 위한 (가칭) ‘국민주권 개혁회의’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국가적 대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주권 개혁회의의 문호는 모두에게 열릴 것입니다. 다만 기득권세력에 맞서 끝까지 개혁을 추구하겠다는 한 가지 정체성만 붙들고 가겠습니다. 기득권과 맞서는 개혁세력이 한국 정치의 신주류가 될 수 있도록 한국 정치의 새판을 짜겠습니다.

새로운 국민주권시대를 열어나갈 것입니다.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대개혁의 모든 세력을 모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준비하고 동북아 신문명 개척의 중심을 이루겠습니다. 위대한 국민의 주권적 참여 속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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