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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47·법무법인 인강)는 19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누진제 폐지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남부지방법원(부장판사 박인식)은 소비자들을 대리해 곽 변호사가 진행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누진제로 요금을 징수하는 한국전력(015760)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며 ‘3 라운드’을 예고했다.
소송이 시작된 것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곽 변호사는 셋째 아이가 백일을 맞은 2012년 여름에 ‘전기요금 폭탄’을 맞으면서 누진제 문제를 깊숙이 들여다 봤다. 이후 2014년 8월2일 시민 21명을 대리해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시민들은 누진제 소송에 폭발적으로 참여했다. 현재는 원고 1만여명이 참여하는 13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소송은 가시밭길이었다. 법원 판단은 엇갈렸다. 한전은 △전기소비 절약 △저소득층 배려 등을 위해 누진제를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6곳의 재판부(1심 3번·항소심 3번)는 한전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인천지법 민사16부(부장판사 홍기찬)는 “사용자들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줬다”며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1974년 누진제가 도입된 이후 부당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다.
승소 판결을 받아내는 데는 소송 과정에서 확인된 두 가지 ‘팩트’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곽 변호사는 보고 있다. 곽 변호사는 산업통상자원부, 한전, 통계청, 국회예산정책처,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의 자료 수천 페이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곽 변호사는 “전기요금을 동일하게 1% 인상하는 경우 주택용은 16GWh 감소하는 반면, 산업용은 무려 760GWh가 감소했다”며 “주택용 누진제가 전력소비를 절약하는 수요 조절의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곽 변호사는 “전력 소비량은 가구원 수에 비례했다. 그 결과 가족이 많은 저소득자는 고소득자보다 더 많은 요금을 내고 있었다”며 “누진제가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가난한 사람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홍기찬 판사도 “주택용에만 누진제를 도입해 전기 사용을 억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꼬집은 것이다.
그렇다면 최종 승소할 수 있을까. 1심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소송 참가자 1인당 최소 4371원에서 최대 450만5172원의 전기요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전이 전기요금 원가 등 주요 자료를 법원에 내지 않고 있어 어려움도 있는 게 사실이다. 곽 변호사는 “한전이 자료를 안 내고 버티고 있지만 결국 국민이 이길 것”이라며 “정당한 일을 시작한 이상 ‘7전8기’ 정신으로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초여름을 앞둔 내달 말께 선고가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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