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7:3이냐 5:5냐…`아전인수`로 가는 고교무상교육 재정분담 논란

신하영 기자I 2019.04.10 16:59:21

김승환 “고교무상교육 예산 절반 교육청이 내야” 난색
할 말 없는 교육부 “추가 예산만 보면 정부부담 70%”
“지방교육 교부율 21%대로 인상해야 안정적” 조언도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교 무상교육 시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정·청 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왼쪽)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이 얘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고등학생들의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고교 무상교육이 출발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연간 2조원이라는 적지 않은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 정부는 이를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한다고 발표했지만 시도교육청은 재정 부담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 재원분담 20%→50%로 늘자 뿔난 교육감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 무상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투입되는 예산은 올해 3856억원에서 2021년 1조9951억원으로 늘어난다. 약 2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기에 정부가 지난 9일 고교 무상교육 실현방안을 확정하기까지 여론전이 뜨거웠다. 시도교육청은 고교 무상교육이 대통령 공약인 만큼 전액 국고 부담을 요구해왔다.

결국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자 시도교육감들은 반발하고 있다. 소요 예산의 20% 수준만 부담하면 될 줄 알았는데 재정분담 비율이 47.5%까지 치솟자 난색을 표하는 것. 시도교육감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승환 전북 교육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교육부에서는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8:2정도 부담하면 될 것이라고 했는데 통틀어 계산하면 5:5 정도 비율이 된다”며 “교육감 중 누구도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정이 발표한 고교 무상교육 실현방안에 따르면 소요예산 1조9951억원은 정부와 교육청이 똑같이 9466억원(47.5%)을 분담해 마련해야 한다. 나머지 5%(1019억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감들의 주장대로 정부와 교육청의 재정분담 비율은 5대 5에 가깝다.

하지만 교육부는 실제 추가로 발생하는 예산부담을 내세우고 있다. 총 소요예산 1조9951억원 중 5388억원은 시도교육청이 이미 저소득층 고교생 교육비 지원 명목으로 편성해온 예산이라 4078억원만 교육청들이 추가 부담하면 된다는 논리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들이 기존에 지원해온 5388억원을 빼면 추가되는 예산은 1조3544억원”이라며 “이 가운데 정부 분담액은 70%(9466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 누리사태 우려…“지방교육 교부율 인상해야”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재정분담에 매끄럽게 합의하지 못하면서 지난 2016년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사태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정부는 예산안에 총 4조원에 달하는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으면서 교육감들과 출동했다. 교육감들은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 누리예산 2조원만이라도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와 대치했다. 이 여파로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의 월급 지급이 미뤄지는 등 보육대란이 벌어졌다.

고교 무상교육도 2024년까지만 국고 지원을 못 박았다. 2025년부터는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미정이다. 지금은 17개 시도교육청 중 13곳에서 진보교육감이 집권 중이지만 향후 교육감들의 성향이 보수로 바뀌면 재정분담을 놓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교육감 의지에 기대야 하는 구조라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전문가들은 고교 무상교육에 필요한 예산만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교부금은 정부가 거둔 내국세 총액의 20.46%를 교육 예산으로 쓰도록 시도교육청에 교부하는 돈이다. 교육부는 교부율을 21.33%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재정당국 반대로 무산됐다. 교부율을 지금보다 0.8%포인트만 올려도 교부금 규모는 1조7000억원 늘어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정부와 교육청이 절반씩 분담하면 매년 시도교육청의 교육 재원은 1조원씩 줄게 된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교부율을 인상해 재원을 확보하는 방법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위원도 “무상교육을 둘러싼 혼란을 막기 위해 2025년 이후의 재원 확보방안을 미리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고교 전 학년에 교육비가 무상 지원되는 2021년에 교부율 인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교무상교육 재원 분담 방안(단위: 억원, 자료: 교육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