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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하다하다 '은행 빚 탕감법'까지…도 넘은 與

김인경 기자I 2021.04.22 20:00:30

민형배 의원, 은행 빚 탕감법 발의, 다음주 법안소위 상정
"착한 임대인 운동, 법적 근거 없어 소극적" 배경
전세계 유례없는 법. 포퓰리즘 또다른 피해자 발생 우려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정치권의 ‘포퓰리즘 금융’이 도를 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2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법안소위로 보냈다. 법안은 이르면 26일 정무위 법안소위에 올라 논의절차를 밟게 된다.

법안은 영업 제한 등으로 소득이 가파르게 감소한 사업자가 은행에 대출감면을 요청할 경우, 법이 정한 조건에 부합하면 은행이 따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권에 대출 감면이나 보험료 납입 유예 등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사실상 은행 빚을 탕감해주는 법안이 상정된 셈이다.

민 의원은 당국이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대출원금과 이자 상환을 유예한 점을 언급한다. 법적 기반 없이 금융권의 자율적 참여를 독려한 만큼, 이참에 법을 만들어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착한 임대인 운동’ 만 해도 임대인들이 적극적이지 않았다”면서 “법적 근거가 없으니 보여주기식 소극적 대응에 그쳤다”고 말했다.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출 유예나 착한 임대인 운동은 어디까지나 사회적인 연대와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된 일이다. ‘착한’이란 단어가 붙은 것 역시 모두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이익을 찾기보다 고통을 나누는 마음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연대나 공동체 의식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이미 금융위는 물론 은행 등 금융권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세계에 유례없는 법안인 데다, 아무리 비상시를 상정한다해도 사기업인 은행에 대출 탕감을 의무화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채 탕감이 의무화되면 은행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 수수료 인상은 물론 취약계층의 대출 문턱도 높아질 수 있다. 선거가 가까워올수록 정치권의 포퓰리즘 금융이 남발되고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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