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돌 빼서 윗돌 괴나?’…중장기적 백신 수급계획 재검토 필요

박철근 기자I 2021.08.09 17:52:25

모더나 백신 8월 공급분 절반 이하만 들어와
50세 이상 권고하던 AZ 백신 활용도 검토
대입수험생 4주 간격 유지…개별 일정 살펴야

[이데일리 박철근 박경훈 기자] “오늘(9일) 정부 발표가 나면서 병원에 문의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접종 백신 종류가 바뀌는 건지, 언제 맞을 수 있는 건지 등 병원 업무가 마비될 정도입니다.”

서울의 한 백신 접종의료기관의 분위기다. 백신접종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다보니 일반적인 진료업무까지 영향을 준 것. 이곳에 근무하는 A씨는 “접종 대상자들은 수시로 바뀌는 정부의 접종계획때문에 일상생활에 피해를 입는다고 하소연한다”고 전했다.

권덕철(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9일 정부오송청사에서 모더나 백신공급 차질 및 접종계획 변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모더나 백신 ‘또 말썽’…접종계획 또 꼬여

정부가 8월 공급예정이던 모더나 백신 850만회분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공급되지 못하다고 이날 발표하면서 의료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우선 정부는 화이자·모더나 등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9월까지 현재 4주에서 6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접종기한을 늘리는 대신 정부 목표 중 하나인 9월말까지 1차 접종률 70% 달성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차 접종물량을 1차 접종에 당겨쓰면서 1차 접종이라도 맞게 한다는 취지다. 1차 접종률이라도 높여야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위중증이나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는 소위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식의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백신 공급의 불확실성이 이어진다면 지금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2차 접종, 부스터샷(추가접종) 등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안정적인 2차 접종도 완료하기 위해서 이번에 접종주기를 6주로 늘리게 됐다”며 “6주 범위 안에서는 접종이 가능하게끔 백신 공급이나 수급 관리를 하도록 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정부는 백신 수급 불안이 가중되면서 당초 50세 이상에게만 권고하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사용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정 청장은 “AZ 백신은 허가 범위가 18세 이상으로 허가가 나있기 때문에 백신의 수급 상황이나 유행 상황에 따라서 허가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접종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혈전증 등 부작용 발생을 이유로 당초 30세 이상이었던 접종권고 연령을 50세 이상으로 올렸다.

“접종주기 4주→6주 문제는 없어”

당국과 전문가들은 접종주기의 연장은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 청장은 “외국도 백신 수급 및 접종 상황에 따라 접종 간격을 조정하는 나라들이 있다”며 “독일은 6주, 영국은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 모두 8주의 접종간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접종간격을 6주로 늘리는 것은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 등에서도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큰 문제는 접종간격을 수시로 변경할 경우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뿐만 아니라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데 있다. 앞서 방역당국은 화이자 백신의 1·2차 접종간격을 모더나에 맞춰 기존 3주에서 4주로 조정하면서 혼란을 주기도 했다.

천 교수는 “백신접종 일정에 맞춰 일상 생활 스케줄을 조정하는 국민들이 상당수”라며 “모더나 백신 공급유무에 따라 백신접종일정을 변경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9월 코로나19 백신접종계획 변경안. (자료= 코로나19 백신접종대응추진단)


대입수험생은 4주 간격 유지

정부는 이날 접종주기 변경을 발표하며서 2차 접종을 시작한 고3 학생과 고교 교직원은 기존 3주 간격을 유지키로 했다. 또 n수생, 학교 밖 청소년 중 수험생 등 기타 대입수험생도 기존 4주 간격을 그대로 가져간다.

반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3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의 교직원은 기존 3주 간격에서 5주 간격으로 조정한다. 일괄 변경된 2차 접종일정은 이번주 중 대상자에게 개별 안내할 예정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50대 연령층의 1차 접종은 예약한 일정에 따라 오는 28일까지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8월 셋째주(8월 16~22일)에 시행되는 접종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위탁의료기관에서는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한다. 그 밖의 비수도권 지역 위탁의료기관은 모더나 백신으로 시행한다. 예방접종센터의 경우는 지역에 관계없이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을 실시한다.

한편 18~49세 연령층의 백신접종 예약은 이날 오후 8시부터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백신 전쟁

- [속보]코로나19 백신 2차 신규 접종자 10.7만명, 누적 77.6% - 모더나 백신, 젊은 남성 심근염 위험 화이자의 5배 - 강기윤 의원 “코로나 백신 이상반응 지원 위해 2470억원 증액 필요”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