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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경쟁사는 검색 광고 맘대로 못해!" 구설수…독과점·이해상충 논란

방성훈 기자I 2020.09.23 17:07:10

경쟁업체들에 광고 키워드·스폰서 광고 구매 제한
열위 업체들에겐 구매 허용하고 광고 수익
아마존 “월마트도 우리 제품 안팔아…일반적 관행”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또 다시 독과점 논란에 휘말린데 이어, 이해상충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전자책 킨들, 인공지능(AI) 스피커, 스트리밍 셋톱박스 등 자체 상품들과 경쟁하는 제품 판매 업체들에게는 광고를 판매하지 않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TV콘텐츠를 스트리밍해주는 기기를 판매하는 로쿠가 아마존에서 ‘스폰서’ 광고를 구매할 수 없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아마존이 이해상충 문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스폰서 광고는 검색시 화면 상단에 노출되도록 해주는 일종의 프리미엄 광고다. 로쿠는 ‘로쿠’라는 키워드 광고는 구매할 수 있지만 이 단어로 검색했을 때 표시되는 스폰서 광고는 수년 동안 구매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WSJ이 지난 8월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로쿠의 제품과 관련된 다양한 검색어를 입력했더니 대부분의 결과에서 아마존의 파이어TV가 ‘우리 브랜드에서 추천하는 제품’이라는 배너와 함께 상단에 노출됐다. 로쿠 뿐이 아니다. 구글이나 알로(Arlo) 등 아마존의 자체 제품과 경쟁하는 브랜드들 대부분이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광고 구매 제한은 아마존 자체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거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소위 ‘티어1’ 업체들에만 해당된다. 미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에서 로쿠는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아마존의 파이어TV는 2위로 로쿠를 뒤쫓고 있다. 아마존은 반대로 규모가 작거나 자사 제품과의 경쟁에 있어 열위에 있는 기업들에게는 광고를 구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다.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다.

아마존에 입점한 개인 또는 기업은 총 100만곳이 넘는다. 아마존은 미 온라인 쇼핑에서 3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소비자 2명 중 1명은 아마존에서 검색을 시작한다. 이같은 지배적 시장 지위를 감안하면 아마존의 광고 효과는 상당하다. 또 광고를 제한할 경우 경쟁사에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WSJ은 아마존의 행태에 대해 전자상거래 사업과 제조·판매 사업을 병행하면서 발생한 이해상충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마존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는 기업들에게는 불합리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아마존은 “유통업자가 노출되는 광고 기회를 어떤 상품에 부여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일반적 관행”이라며 “월마트 역시 (아마존 제품인) 킨들이나 파이어TV, 에코 등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앞서 아마존은 지난 4월 입점·협력업체들로부터 기술·인력·정보 탈취한 뒤 자사에서 경쟁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다는 WSJ 보도가 나오면서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관행들 때문에 지난 7월 말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는 미 상원 의회 청문회에 사상 처음으로 참석했으며,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의 규제 당국에서도 비즈니스 관행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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