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화성 8차사건 '체모 조작' 맞다, 아니다"…검·경 장외 신경전 치열

손의연 기자I 2019.12.17 22:42:58

경찰 해명→검찰 반박→경찰 재반박
17일 경찰 브리핑 후 치열한 장외 신경전
당시 국과수 체모 감정 결과, 범인 특정에 결정적 단서

이춘재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검·경이 ‘화성 8차 사건’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체모 감정 결과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두고 검찰은 ‘조작’, 경찰은 ‘오류’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은 서로의 주장에 반박문을 연이어 발표하는 등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당시 국과수의 체모 감정 결과는 윤모(52)씨가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警 “조작아닌 오류”vs 檢 “조작 맞다”…깊어지는 갈등의 골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춘재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17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남부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사건 수사 상황’ 브리핑을 진행했다.

앞서 검찰은 직접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당시 국과수의 감정 결과와 수사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과수 감정결과가 조작됐다”는 것이 검찰의 요지였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작이 아닌 오류’라고 맞섰다. 경찰 관계자는 “조작이라는 건 없는 것을 지어내 만드는 것”이라며 “국과수 감정 과정을 시료 분석 결과값을 인위적으로 조합, 가공, 첨삭, 배제해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계획에 없던 입장을 밝히며 즉각 반박했다. 그동안 검찰이 입수한 자료들을 종합할 때 경찰의 발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검찰은 “범죄현장에서 수거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체모(기기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한 스탠다드 시료)를 감정한 결과를 범죄현장에서 수거한 음모에 대한 감정 결과인 것처럼 허위로 작성한 후 감정결과 수치도 가공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모든 용의자에 대한 국과수 감정서엔 범죄현장에서 수거한 체모 감정결과를 기재했지만 윤씨에 대한 감정서에서만 엉뚱한 일반인의 체모를 현장에서 수거한 체모인 것처럼 허위기재하는 방식으로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반박에 경찰 재반박 “국과수 담당자와 수차례 통화”

이례적으로 검찰이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즉각 반박하고 나서자 경찰도 늦은 오후 다시 재반박에 나섰다. 경찰은 검찰이 스탠다드 시료(일반인의 체모)를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인 것처럼 가정했다고 주장한 데 반박했다.

경찰은 “현재도 근무 중인 A박사와 수회에 걸쳐 면담하고 질의응답을 해 확인했다”며 “당시 국과수에서 스탠다드로 명시해 분석 의뢰한 것은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용의자들의 시료를 샘플로 명시해 분석의뢰한 것”이라면서 “당시 스탠다드로 명시된 시료는 원자력연구원에서 시료분석을 담당했다”고 전했다.

앞서 검찰은 윤씨에 대한 감정서에만 스탠다드 시료를 현장 체모인 것처럼 허위기재하는 방식으로 조작이 가해졌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수사본부는 윤씨에게만 대조시료가 다르게 사용돼 조작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윤씨와 다른 용의자 모두를 대상으로 원자력연구원의 동일한 분석 결과값으로 대조, 감정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검사 A씨를 비롯해 수사과장 B씨를 직권남용 체포·감금 등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중학생 박모양이 자택에서 성폭행당하고 숨진 사건이다. 윤씨는 당시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그는 현재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재조사

- 이춘재 "죽으려고 야산 갔다 초등생 살해"…우발적 범행 주장 - 이춘재 자백 받아낸 공은경의 '멋진 원칙'.."그런 건 상관없고" - [사건 2019]④완전범죄는 없다…33년 만에 드러난 '이춘재 살인사건'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