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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영끌했지만…"아파트 빠진 ‘맹탕’ 전세대책"

강신우 기자I 2020.11.19 17:20:10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內 8900가구 공급
대부분 공공임대 ‘빈집’ 활용…문턱 낮춰
아파트없고 빌라·상가·오피스·호텔 ‘영끌’
“장·단기적 전세 시장 안정화에 역부족”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근본원인은 임대차법 개정 때문이라는 걸 모두가 안다. 그런데 정부만 계속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인식 자체가 잘못됐으니, 호텔 공급 같은 대책이 나오는 거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의 24번째 부동산대책인 전세대책이 한달여 만에 나왔지만, 비판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대책의 핵심 내용은 2년간 전국에 11만4000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빈집과 상가·호텔 등 비주거 건물까지 모두 쓸어 담았다. 일명 ‘영끌대책’인 셈이다.

하지만 같은 대책으로 전세난이란 급한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입지 좋은 아파트’ 물량이 사실상 ‘제로’인데다, 대부분이 1~2인용 소형 규모이거나 입지가 좋지 않아 장기간 공실(빈집)이던 기존 주택을 활용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부분 빈집 활용…문턱 낮춘다고 만실될까

19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4개 분야(단기 주택공급 확대·중장기 주택공급 확대·질 좋은 평생주택·임차인 부담 완화 및 보호강화) 총 9개 대책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2022년까지 11만4000호의 주택을 전세형 물량으로 추가 공급하고 이중 7만호를 수도권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조속한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전국 4만9000호, 수도권 2만4000호 물량은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료=국토교통부)
단기 공급확대방안의 핵심은 빈집 활용이다. 전세난이 극심한 서울을 보면 전세형 공공임대 공급 물량 총 1만5700호 중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은 8900호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기존 공공임대(LH·SH) 빈집을 활용한 물량이 4900호(10월말 기준)로 가장 많고 공공전세 주택 1000호, 신축 매입약정 300호 등이다.

정부는 이를 조기 소진할 수 있도록 입주 문턱을 대폭 낮췄다. 현행 소득요건 기준에 따라 공실을 신속히 공급하고 오는 12월 규정을 개정해 3개월 이상 공실은 전세형으로 전환, 소득과 자산 기준을 배제하기로 했다. 다만 저소득층의 입주기회가 축소되지 않도록 경쟁 발생시 소득 수준에 따라 입주자를 선정한다. 거주기간은 최대 6년으로 늘렸다.

그러나 전세난이 극심한 서울에서조차 빈집이 대부분 좁거나 외진 곳에 몰려 있다. 6개월 이상 빈집도 489채나 된다. 그만큼 선호도가 떨어져 입주 자격을 완화한다고 해서 공실을 채울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의 전세난은 아파트 물량 부족으로 생긴 현상인데 이번 대책은 전세난을 해소하는데 부합하지 않다”고 했다.

(자료=국토교통부)
법 개정 없이는 호텔 아닌 ‘모텔’ 공급

여기에 매입약정방식으로 신축 전세형 주택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이나 빌라, 상가·오피스·숙박시설(호텔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또 기존 공공임대가 40~50㎡ 규모의 소형주택이라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용 60~85㎡ 중형주택 비중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숙박시설은 주거용 용적률보다 기존 용적률이 높은 건물도 활용할 수 있도록 내년 6월까지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해 특례를 마련한 후 내년말부터 공급한다.

현재 관광호텔 등 기존 용적률이 주거용 용적률보다 높은 건축물은 주거용 전환시 초과된 용적률만큼 철거가 필요해 임대주택으로 활용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LH관계자는 “법 개정없이는 모델 수준의 건축물만 용도변경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3~4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질 좋은 중형임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중형주택을 향후 5년간 6만3000호 공급할 예정이다.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의 매입약정 공공임대주택.(사진=국토교통부)
거주기간은 청년, 신혼부부 등 계층 관계없이 소득과 자산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30년간 살 수 있게 했다. 중위소득 기준을 확대(130%→150%)해 입주계층을 중산층까지 확대한다. 내년 1000가구 중형임대를 공급하는 선도단지는 성남 낙생, 의정부 우정, 의왕 청계, 부천 역곡, 시흥 하중, 대전 산단1 등 6개 지구다.

“장·단기적 시장 안정화하기엔 역부족”

이 같은 대책에 대해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전세난 해소에 회의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시장을 안정화하기에는 역부족이고 장기적인 효과도 미흡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물량이 극소량이 호텔을 통해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발상은 실현 불가능에 가깝고 매입절차도 복잡해 시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공급이 수요가 원하는 주택유형으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전셋값을 안정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며 “공급된 매입임대 사례나 주거용으로 전환을 계획하는 주택은 누적된 수요자가 요구하는 주택과 생각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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