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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 막아주겠다"...보험권서 부활하는 관피아

전선형 기자I 2020.10.29 16:37:15

양대 협회장ㆍ서울보증 대표 관료출신 거론
당국과 조율할 일 많아 업계서도 선호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사라져가던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보험업계에서 부활할 조짐이다. 양대 보험협회장은 물론 민간 보험사 대표자리까지 노리는 분위기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2월까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를 포함해 SGI보증보험, KB손해보험, KB생명,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NH농협생명 등 8곳의 대표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가장 먼저 임기가 끝나는 곳은 손보협회다. 김용덕 손보협회장 임기는 다음 달 5일까지다. 현재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꾸려져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강영구 메리츠화재 사장, 유관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김성진 전 조달청장을 후보로 추려놨다. 다만, 진 전 원장이 후보출마를 고사해 사실상 4명의 후보로 압축됐다.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 사진=이데일리DB)
후보 모두 관료 출신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가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은 재무부와 금융위를 거친 엘리트 관료로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거쳐 현재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강영구 사장과 유관우 고문 모두 금융감독원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금감원 보험권역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보험통’이다. 김성진 전 조달청장은 기획재정부(옛 재경부) 국제투자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심의관, 경제협력국장, 공보관,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 등을 지냈고 조달청장을 역임했다.

손보협회는 지난 2014년 금융권에 관피아ㆍ모피아(기재부 전신인 재무부+마피아) 논란이 일면서 잠시 민간 출신인 장남식 협회장을 선임했지만 2017년 곧바로 관료 출신으로 바꿨다. 2000년대를 기준으로 민간출신 인사가 손보협회장이 된 사례는 동양화재(메리츠화재 전신) 출신 박종익(1999년~2002년),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 전신) 출신 장남식(2014년~2017년) 회장을 포함해 단 두 번이다.

정희수 보험연수원장. (사진=이데일리DB)
생보협회는 아직 회추위를 꾸리기 전이지만 관료 출신 인사들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생보협회의 경우 지난 2014년 이후 두 차례 연속 민간 출신 협회장을 선임했다. 현재 생보협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진웅섭 전 금감원장과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등이다. 진동수 전 위원장은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제2차관, 수출입은행장, 금융위원장 등을 거친 금융관료다. 정희수 연수원장은 17ㆍ18ㆍ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현재까지는 정희수 연수원장의 유력후보로 꼽히는 상황이다. 진 전 원장은 손보협회장 후보를 고사해 생보협회장 후보에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유광렬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사진=이데일리DB)
민간 보험사인 SGI보증보험 대표이사 후보에도 관료 출신들이 대거 지원했다. 지난 28일 마감된 대표이사 후보 공모에는 김상택 현 SGI서울보증 사장을 비롯해 김광남 예금보험공사 전 부사장, 서태종 전 금감원 수석 부원장(현 금융채권자 조정위원회 위원장), 유광열 전 금감원 수석 부원장, 강병세 SGI신용정보 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서태종·유광렬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관료 출신은 금융권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다. 하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다 최근 다시 활동반경을 넓히는 추세다. 특히 보험업계는 금융당국과 접점이 많고 대관 네트워크가 중요해 전직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의 경우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보증보험 등 정부부처와 조율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 힘있는 관료 출신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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