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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미국in]백신이 만병통치?…"美부양책 더 절실해졌다"

이준기 기자I 2020.11.10 20:30:00

화이자發 ‘백신 희소식’에도…집단면역 2022년에나 가능
호텔 등 주가 급반등하고 있으나…"실물경제와 별개"
'공화당 장악' 공산 큰 상원, 추가 부양책에 여전히 미온적
"생존 가능한 산업들, 부양책 통해 계속 열려 있어야"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미국 의회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작 때 건설하기 시작한 다리를 대유행의 종말을 고하기 위해 완성해야만 한다.”

영국 회계법인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스엘라스는 9일(현지시간)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소식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백신이 팬데믹의 ‘게임 체인저’는 맞지만, 향후 보급속도 등을 고려할 때 집단면역은 2022년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인 만큼 미 경제회복을 위해 하루빨리 추가 경기부양책이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들 주가 급등?…“실물경제 아닌 금융가에만 좋은 것”

실제로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실물경제는 말 그대로 초토화 상태다. 1차 팬데믹 이후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던 요식업계는 물론 호텔·공연장·항공사 등의 산업 역시 최근 2차 팬데믹 이후 사정이 더 힘들어졌다. 기존 1~4차 부양책 효과가 사그라지면서 부도·폐업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미국 내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2만명을 넘어서며 나흘째 10만명 대를 유지하고 있다. 매서워진 2차 팬데믹은 전면 락다운(봉쇄) 공포를 키울 수밖에 없다. 작금의 부분 봉쇄가 전면 봉쇄로 이어질 경우 미 실물경제는 또다시 파탄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마저도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형태의 자문단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여전히 매우 어두운 겨울을 맞고 있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예컨대 여행업계는 낭떠러지 끝자락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텔 투숙률은 팬데믹 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프랜차이즈인 베스트웨스턴호텔의 경우 펜데믹 기간에만 무려 2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브랜드를 소유한 본점도 약 8000명을 해고했다고 한다. 데이비드 콩 베스트웨스턴호텔 본사 최고경영자(CEO)는 “너무나 많은 회사 사람들이 우울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건 전문가들과 함께 코로나19에 대해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바이든 당선인 인수위원회 홈페이지 제공)
콩 CEO는 “화이자의 백신 개발 관련 희소식은 우리가 팬데믹의 끝에 다다랐다는 희망을 주고 있지만, 호텔업계가 생존하기 위해선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백신발(發) 희소식에 베스트웨스턴뿐만 아니라 힐튼, 하얏트 등 호텔주(株)가 일제히 12% 이상 급등한 데 대해서도 “메인 스트리트(실물경제)가 아닌 월스트리트(금융가)에게만 좋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원 누가 장악하든..“美경제에 더 깊은 상처 내지 말아야”

문제는 부양책 열쇠를 쥔 미 의회가 이 같은 압박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부양책에 난색을 보이는 공화당이 내년 1월 결선투표를 벌이는 조지아주(州)에서 승리할 경우 상원은 ‘공화 52 대 민주 48’로 여전히 공화당이 장악하는 구도가 유지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올여름 미 중앙은행(Fed·연준)의 전략폭격기급 ‘현금 살포’와 미 의회의 1~4차 부양책이 그나마 미 경기회복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희미하게나마 백신의 등장이 가시화한 만큼 미 의회가 어떤 구도로 짜여지든 미 경제에 되돌리기 어려운 정도의 깊은 흉터를 내지 않도록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PNC 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거스 포처는 “아직 백신에서의 승리를 선언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산업들은 (부양책을 통해) 계속해서 활동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KPMG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콘스턴스 헌터도 당장 국가부채 부담은 문제 될 것이 아니라며 “백신에 대한 희망은 우리가 이 돈(부양책)을 마음 편하게 쓸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백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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