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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M&A로 실직 걱정"‥구조조정 위기감 토로 지상조업사

송승현 기자I 2020.11.17 16:39:21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자회사 통합 수순 불가피
단순 노동 위주 지상조업 중복 인력 50% 달할 듯
코로나로 해고 겪은 영세조업사‥2차 해고대란 우려도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단순 노동과 더불어 항공업계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지상조업사가 구조조정 1순위일 것이다. 인수합병이 공식화되자마자 실직을 직감했다.”(아시아나에어포트 관계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가 하루 지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4활주로 공사현장 뒤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의 인수합병(M&A)이 공식화하자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이자 지상조업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 내부에서 구조조정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자칫 영세 지상조업사들의 제2차 해고대란도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자회사들의 통합 문제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요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의 단계적인 통합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나머지 자회사들도 통합 문제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한국공항(005430)(지분율 59.54%)과 아시아나에어포트(100%)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두 지상조업사는 모(母)회사의 항공기가 지상에 착륙하면 기내 청소, 화물 수화, 주유 등을 하며 수익을 얻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서로 통합되는 구조를 취한다면 두 지상조업사 역시 한국공항을 중심으로 통합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지상조업이 업무 특성상 단순 노동이 주를 이루는 탓에 중복 인력이 항공사보다 더 크다는 점이다. 두 회사의 직원 수는 각각 2640명, 2270명으로 업계는 두 회사가 통합될 시 중복인력이 50%가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선이 막히면서 여객을 담당하는 인력 대부분이 휴직 중에 있어 유휴인력도 커진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진그룹에서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며 달래고 있지만, 아시아나에어포트 내부에서도 구조조정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년간 근무해온 송영배(47)씨는 “코로나19 이후 생존을 위해 노사가 협력해 자구안을 마련하고 코로나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렸지만, 이제는 정부 주도로 이뤄진 인수합병 때문에 구조조정 위기가 닥쳤다”며 “고용 안정을 외치던 정부에 배신감마저 느껴진다”고 분노했다.

실제 아시아나에어포트 노사는 내년까지 코로나19가 확실시되자 추가 자구안 마련을 위해 협상에 나설 계획이었다. 앞서 아시아나에어포트는 노사 합으로 50% 인력에 대해 순환 유급휴직을 자발적으로 결정하고, 일부 복지 축소에 합의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왔다. 하지만 지난 13일 대한항공과의 통합이 사실상 확정되자, 내년도 자구안 마련을 위한 자리는 취소됐다. 아시아나에어포트 관계자는 “사측도 위기감에 휩싸였지만, 노조는 대화의 의지조차 꺾였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국내 1·2위 지상조업사가 통합될 경우 이들의 하청을 받는 영세 지상조업사들의 연쇄 구조조정도 현실화할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3~4월 항공업계에서 유일하게 구조조정 대란이 일어난 곳도 영세 지상조업사들이다. 이미 EK맨파워와 아시아나케이오(KO), 아시아나케이에이(KA) 등 지상조업사들의 협력업체들은 대규모 해고사태가 일어난 바 있다.

이번 M&A로 한국공항 중심의 통합이 이뤄진다면 약 1000여명에 가까운 아시아나에어포트의 협력업체 직원들은 사실상 제2차 해고대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상조업 업무를 3년간 한 최모(31)씨는 “현장에서 알게 된 협력업체 직원들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냐’라며 우울해하고 있다”며 “통합 후 해고는 없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이제는 미래 계획도 하지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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