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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악화와 그에 따른 에너지·식량 위기로 전 세계의 고물가는 뉴노멀이 됐다. 러시아는 에너지를 무기화했고, 자원과 식량의 자력생산이 가능한 나라들은 일시적인 금수조치를 반복하며 보호무역을 확대했다.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해도 국제적인 협력 방안을 찾기는 어렵다. 자급률이 충분하지 않은 한국과 같은 국가들은 더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전쟁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과 각국이 전쟁 대비가 자연스러워졌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수·병참의 중요성을 확인한 각국은 국방비를 늘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 군비 축소 기조를 유지한 독일과 일본도 대폭 확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면서 핵전쟁의 두려움도 확산했다. 이러한 위기의 국제정세 한가운데 한국이 있다.
핵을 언급한 푸틴 대통령만큼이나 북한의 도발과 핵 위협은 계속되고 있고, 당장 대만해협이 다음번 전쟁지역으로 꼽힌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수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의 현역 4성 장군이 휘하 장병들에게 보낸 “2년 안에 미국과 중국이 싸울 수 있다”고 한 메모가 나오기도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미국 영공에 중국이 정찰 풍선을 띄워 보내고, 미국이 전투기로 이를 격추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그야말로 양국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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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요즘 시대에 무슨 전쟁이냐고 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인의 상식을 깨고 발발했다. 전쟁에 앞서 나온 여러 차례 경고음의 양상을 볼 때 미중간 무력충돌도 무조건 불가능한 시나리오만은 아니다. 지금과 같이 복잡한 정세 속에서 한국이 국익을 지킬 방법은 정교한 외교다.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 한·미 동맹의 강화도 마땅한 일이지만 그에 따른 부수적인 오해와 주변국과의 관계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한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국제관계의 진리를 잊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