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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보이지 않는' 둔촌주공..시공단 "협상 의사 없다"

하지나 기자I 2022.05.12 17:50:21

조합 비대위, 전날 시공단 면담했지만
시공단 강경 "현 조합집행부 신뢰 상실"
공사 중단 파행 장기화 조짐
비대위 "조합장과 면담 후 대응 방안 마련"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둔촌주공 아파트 공사 중단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공사비 증액으로 촉발된 현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간 신뢰 관계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협상 재개 시점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시공사업단 “진정성 의심..협상할 의사 없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일부 조합원들로 구성된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는 전날 시공단과 면담을 진행했다. 정상화위원회 관계자는 “전날 공사재개 협의 진행 상황과 공사중단 경위, 공사재개 조건을 포함한 사업 상황 전반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서 “시공사업단 측은 현재 조합 및 자문위원과는 공사 재개에 대해 협의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시공사업단은 지난 4월20일 서울시에 공사재개 조건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상적인 사업 재원 마련을 위한 분양 계약 등의 완료 일정 확정 △분양 일정에 따라 시공사업단의 분양지연 금융비용 손실 금액 보상 △공사재개시 품질확보를 위한 적정 공사기간 보장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시공사업단의 손실 및 기발생 손실 비용 보상 △공사도급변경계약 무효확인 소송 철회 등 공사 재개를 위한 계약적·법률적 근거 제공 등 9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5600억원 공사비 증액을 인정한다면서 공사도급변경계약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총회를 열어 ‘공사계약변경의 건’ 의결을 취소했다”면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합이 제시한 수정계약서에 대해서도 시공사업단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현 조합 집행부는 지분제 계약을 도급제 계약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둔촌주공 사업의 지분은 시공사가 65%, 조합이 35%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2019년 12월7일 임시총회에서 의결한 공사변경계약은 평단가 계약으로 수입 및 지출의 증감이 발생하면 조합이 부담하기 때문에 이미 도급제 형식”이라면서 “현재 계약이 지분제라서 분양가가 올라가면 시공사업단이 이익을 뺏아간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조합원을 선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합이 명분상 내세우는 도급제 변경이 필요하다면 2020년 6월 25일 공사도급변경계약서를 수정하지 않고도 필요한 문구만을 변경, 추가 삭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면서 “다만 이 또한 협의 재개 조건 충족 이후에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사 정상화 불투명..조합 내홍 커질 듯

지난달 15일 둔촌주공 공사가 중단되고 한달여가 돼가지만 시공사업단이 협상을 거부하면서 공사 정상화 시점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입주 시기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당초 내년 8월로 예정돼 있던 둔촌주공 준공은 이미 상당수준 지연된 상태다. 시공사업단은 지난 2월8일 ‘둔촌재건축 공정지연 관련 사유분석 및 수정공정표 제출의 건’을 감리회사인 D건축사사무소에 발송하면서 9개월 공사 연장을 요청했다. 당시 시공사업단은 공사지연 사유로 설계도서 미제공, 공사자재 승인거부 등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둔촌주공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경우 조합내 갈등이 표면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둔촌주공 정상화위원회는 현 집행부에 반기를 든 일부 조합원들로 구성된 일종의 비상대책위원회이다.

정상화위원회 관계자는 “시공사업단은 조합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상실된 상태이고 협의를 진행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한다면 법대로 대응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면서 “조합장을 면담해 이에 대한 입장을 묻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둔촌주공은 당초 1만1106가구였던 규모를 1만2032가구로 늘리고, 상가 공사까지 포함하는 조건으로 공사비를 2조6708억원에서 3조2294억원으로 5586억원 증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현 집행부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무효화를 주장했다. 이에 이전 집행부가 시공단과 체결한 공사비 증액 계약에 대해 법원에 무효 확인 소송을 내고 총회를 열어 ‘공사비 증액 의결’ 취소도 가결했다. 서울시도 중재에 나섰지만 결국 시공사업단은 지난달 15일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원 행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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