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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과의 금리차’ 때문이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리긴 했지만 여전히 제로 수준인데 반해 미국의 경우 높은 금리는 높은 상태다. 현재 금리 수준은 5.25~5.5%로 일본의 0~0.1%와 상당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채권금리의 경우 27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192%고,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722%로 무려 3.5%포인트 정도 크게 벌어져 있다. 특히 일본은 금리인상 속도를 천천히, 미국도 금리 인하 속도를 천천히 하겠다고 못 밖은 상태기 때문에 두 나라의 금리차는 단기간에 좁혀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로버트 팀 미 자산운용사 PGIM Fixt·인컴 애널리스트는 “경제나 외환 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결과에 대처할 수 있도록, 일본은행은 포워드 가이던스(정책의 장래 지침)를 한정적인 것에 그쳤다”며 “일본의 금리가 1~2% 상승시키지 않으면, 엔고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엔저현상이 지속되면서 투기세력이 몰렸다는 것이다. 실제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투기세력’은 이미 일본 정책당국도 엔화 가치를 떨어트리는 원인으로 지목한 상황이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도 지난 25일 엔화 약세는 펀더멘탈과 괴리된 ‘투기’ 탓이라고 지적하며 “과도한 변동에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시장개입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다만 금융업계에선 엔화가 달러 당 152엔을 돌파할 경우 하락폭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트레이더들이 대규모 달러-엔 매도 포지션을 커버하기 위해 추가 엔화 매도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마지막으로 일본 기업들이 달러를 풀지 않는 것도 엔저현상을 부추기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수출ㆍ입 기업들이 달러를 벌어들인 뒤 이를 엔화로 바꾸지 않고 현지에 쌓아두는 것이다. 달러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23년 말 일본 기업 해외 법인의 내부유보금은 48조엔(약 427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소니의 경우 그룹의 외환 거래를 영국의 현지 자회사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매번 외화를 일본 엔화로 바꾸지않고 현지 결제 및 자본 투자에 사용하고 있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인력난이 심각한 일본으로 송금할 동기가 약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