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두 남자가 장화타고 산보하던 날…백윤조 '산책하는 사람들'

백윤조 ‘산책하는 사람들’(사진=표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두 남자가 산책길에 나섰나 보다. 대화도 표정도 없이 앞만 보고 ‘걸어가는’ 중이다. 그런데 사실 시선을 끄는 건 따로 있다. 지팡이처럼 긴 우산, 절대로 새지 않을 듯한 튼튼한 장화. 이쯤 되면 사람이 걷는 건지 ‘장비’가 걷는 건지 헷갈릴 정도인데. 작가 백윤조(40)가 기억하는 ‘그 장면’이 그렇단다.

작가는 어느 때 무의식적으로 머리에, 가슴에 담아뒀던 ‘인물’을 기록한다. 특별한 것은 친근하기도 생소하기도 한 색감과 구성인데. 화법 때문이다. ‘두들 기법’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작업이 마치 아이가 낙서한 듯한 그림을 뽑아내는 거다.

이는 스냅사진인 듯, 한순간 집중한 인물의 행위 자체를 옮기는 작가의 작업에 꽤 적절해 보인다. 바로 율동감 넘치는 삶의 타이밍을 들여다보는 일 말이다.

‘산책하는 사람들’(Walkers·2019)은 그렇게 포착한 수많은 장면 중 하나일 터. 주인공들의 생김새보다 강렬한, 걷기의 아니 장화의 무게감이라고 할까. 언제 흔들릴지 모를 저들을 묵묵히 끌고 나갈 ‘절대 장화’처럼.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표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계속 가다’(Continue)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00×80.3㎝. 작가 소장. 표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