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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학위 있어?"…中기업들, 채용시 가장 먼저 확인

고준혁 기자I 2022.06.30 18:04:12

올 2분기 마르크스주의 학위 요구 직장, 전년比 20%↑
中취준생에겐 점점 필수…"시진핑이 원해, 잘보여야"
美전문가 "사상경찰 훈련시켜 전국민 세뇌 의도"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Marxism) 대학 학위를 따지 않으면 취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 가을 중국 역사상 최초로 3연임에 도전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르크스주의의 번영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지난 2018년 5월 4일 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중국 대학 졸업생을 위한 구직 웹사이트 잉제성의 데이터를 인용, 올해 2분기 마르크스주의 학위가 필요한 일자리가 전년 동기대비 20%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마르크스주의 학위를 요구하는 곳은 정부 부처에서 민간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시 주석이 더 많은 중국 인민들이 마르크스 이념을 더 깊게 받아들이길 바란다며 관련 교육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밍 샤오 뉴욕시립대 정치대학 교수는 “마르크스주의 학위를 요구하는 목적은 사상경찰들을 훈련시켜 이들이 다시 전국민을 세뇌시키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FT는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모든 이슈에 있어 경쟁국인 미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시 주석은 이념 교육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기업들은 정부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 학위를 채용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앞서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2020년 10월 공산당을 비판했다가 이듬해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 때리기’를 시작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대표 기술주들의 시가총액은 지난 한 해 동안 약 1조 5000억달러(약 1800조원)가 증발했다.

유치원과 고등학교에서도 ‘시진핑 사상’을 교육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 전공자들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경대학 부설 하이커우 고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마르크스주의와 시진핑 사상 연구는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이를 가르칠 교사들을 뽑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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