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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셀 불량 가능성 지적한 국토부…'발등에 불' 떨어진 LG엔솔

경계영 기자I 2021.02.24 15:31:05

향후 1조원 리콜 비용 분담 놓고
현대차와 신경전 불가피할 듯
특정 시기·라인서 불량 지적도 고민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051910) 전지사업부문)이 궁지에 몰렸다. 국토교통부가 현대자동차의 코나 전기차(EV) 화재 원인으로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남경공장에서 초기 생산된 배터리(이차전지) 셀(배터리의 기본 단위)에서 발생한 불량을 지목하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즉각 설명에 나섰지만 추후 현대차와의 리콜(자발적 시정 조치) 분담 비율을 놓고 신경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3일 오후 4시11분께 대구 달서구 유천동 한 택시회사에 설치된 공용 전기차충전기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 코나EV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사진=연합뉴스)


국토부 “LG엔솔 배터리 일부 제조 불량으로 화재 가능성”

국토부는 24일 현대차가 코나 전기차와 아이오닉 전기차, 일렉시티(전기버스) 등 3종 총 2만6699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이들 차종은 LG에너지솔루션이 2017년 9월~2019년 7월 중국 남경공장에서 초기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들 배터리 일부에서 제조 불량으로 음극 탭 접힘 현상이 나타나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현대차(005380)는 즉각 이를 인용해 고객에게 안내문을 공지하고 리콜을 순차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문제가 지적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차종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 8만2000여대로 리콜 비용은 총 1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국토부·현대차와 함께 리콜 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면서도 화재 가능성으로 거론된 음극 탭 접힘 현상에 대해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국토부가 똑같은 조건을 설정한 재현 실험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제안한 급속충전 로직을 현대차에서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 잘못 적용한 것을 확인했다”며 “화재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지를 관련 기관과 협조해 추가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음극 탭 접힘은 셀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행성 불량인 데다 셀 작동이 멈추는 사례가 발생할 순 있어도 그 자체만으로 발화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리콜로 수거된 배터리에서 리튬 부산물이 나왔다는 것은 외려 BMS 오작동에 따른 과충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충당금 쌓았다지만…부담 커질 수도

리콜 조치 이후 분담 비율을 두고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간 이견이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해당 비용은 작년 4분기 경영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며 상황에 따라 100% 당사 비용 반영 후 추후 환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매 분기 일정 규모를 충당금으로 설정해왔다. 이번 코나 리콜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규에 따라 일정 부분을 쌓아왔다. 지난달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코나 EV 관련 충당금에 대해 “추가로 새로 쌓을 충당금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예상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선 배터리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안정성에서 치명타를 입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생산 시기와 라인을 특정해 불량 문제를 지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토부 발표 직후 내놓은 입장문에서 “제품 설계 단계부터 제조, 검사 등 모든 과정에서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안내문. (사진=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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