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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분석에 따르면 스가 총리가 취임 후 한 달간 만난 민간인 전문가는 70명 이상이다. 과거 총리들과 비교할 때 독보적인 수치다. 출범 한 달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자문을 구한 민간인 전문가는 31명이며,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4명에 그쳤다. 민간과의 활발한 소통은 스가 내각이 관료 조직에서 나오는 정보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간판 정책으로 내세운 디지털화를 논의하기 위해 취임 나흘만인 지난달 20일 일본 내 ‘인터넷의 아버지’로 통하는 무라이 준 게이오대 교수와 만난 게 대표적이다. 여전히 도장·팩스 등을 사용하는 비효율적인 일본 행정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몸소 보여줬다는 점에서다. 같은 날 일본 불임치료 전문병원인 스기야마 산부인과의 스기야마 리키가즈 이사장과도 만나 일본 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불임치료에 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그간 관료 중심이었던 일본 행정과 다르게 흘러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실제 스가 총리는 새 내각을 출범하자마자 아베 내각을 좌지우지했던 경제산업성 출신의 이마이 다카야 정무비서관을 전격 경질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의 오른팔로 불리며 지난 2018년 한국에 수출규제 보복조치를 취한 인물이다. 경제산업성은 당시 아베 내각의 정책에 분야를 넘나들며 전방위적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아베 내각이 곧 ‘경산성 내각’이라 불릴 정도였다.
최저임금 인상은 스가 총리가 관방장관 시절부터 밀어붙이고 있는 민생 정책 중 하나다. 아베 전 내각에서 스가 당시 관방장관은 “소비력을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일본 평균 최저임금을 902엔에서 1000엔까지 빠르게 올리기 위해 5% 인상률을 주장했다. 하지만 경제산업성은 “중소기업에 부담이 된다”며 3% 인상을 고집하며 스가 총리와 번번이 부딪혔다. 새로 취임한 스가 총리가 경제산업성 인사를 교체하고 민간인 전문가와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그동안 강조해 온 민생 위주의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스가 총리의 임기는 내년 9월 말까지다. 이른 시일 안에 정책적인 성과를 내려면 민생 친화적 정책을 내세우고, 이 과정에서 민간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야 한다는 전략이 깔렸다. 스가 내각에 대한 평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고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일본 경제의 향방이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