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전자' 된 삼성전자…추세 반등일까 반짝 상승일까

고준혁 기자I 2021.08.03 23:30:36

3일 삼성전자 8만1400원으로 13일 만에 8만원대
7월 말 기점, 美 빅테크↓ 필라델피아↑
대만 UMC, TSMC도 5일간 각각 8.9%, 3.1%↑
지수 횡보 속 '순환매' 과정…매기 이동 가능성
"메모리 출하 증가 우려 반영…펀더멘털 개선 아냐"
피크아웃 해소·메모리 원가 절감 등 이유서 '확대' 추천도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미국 빅테크 종목의 주가 상승이 일단락되고, 반도체 관련주가 반등하는 등 IT 업종 내에서 순환매가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영향 등에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국내 반도체 대형주들도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국내 반도체 기업의 펀더멘털이 급격히 변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추세적 상승의 시작으로 확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삼성전자, 13거래일 만에 ‘8만전자’ 복귀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 대비 2.65% 상승해 8만1400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8만원대를 넘어선 건 지난 7월 15일 이후 13거래일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260억원, 1299억원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000660)도 이날 3.45% 올랐다. 역시 외국인이 636억원, 기관이 640억원 순매수했다. 국내 반도체 대표 대형주인 두 회사는 전날에도 큰 폭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1.02%, SK하이닉스가 3.11% 각각 상승했다. 양사 모두 이달 들어 그간의 하락세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KRX 반도체 지수도 전날 2.08%, 이날 1.85% 올라 상승 전환했다.

국내 반도체 대형주 반등에 앞서 미국 등에서 동종 기업의 주가 상승이 진행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2일엔 0.62% 상승해 3377.49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당 지수는 지난 2월 중순 3200선을 돌파한 뒤 3200~3300에서 횡보하다 지난달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 이달 들어 3400선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로 대표되는 미국의 빅테크 주식들은 지난달 말 들어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빅테크 주식 비중이 높은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시리즈 1(QQQ)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달 26일 368.49달러로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한 뒤 2일 364.60을 기록해 하락 중이다. 미국 IT 업종 내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의 순환매가 이뤄지고 있고, 이러한 영향에서 국내 반도체 대형주도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의 파운드리 공급사 UMC와 시총 대표주인 TSMC도 그간 횡보세를 벗어나 지난 5거래일간 각각 8.89%, 3.13% 상승했다.

“삼성전자 상승, 순환매 맥락이 더 설득력 있어”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최근 상승세가 지금부터 쭉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 둔화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인 가운데, 지수 횡보 속 순환매 장세에서 반도체주 상승이 나왔기 때문이다. 금방 다른 업종으로 매기가 이동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펀더멘털 측면에서 대단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진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상승은 악재를 주가에 모두 반영한 상황에서 수급적 요인에 기인했다는 것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일 중요한 건 한 달 전만 하더라도 국내 대형 반도체 업체의 메모리 출하량 증가가 가격 하락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는데, 지금은 이를 주가에 반영해 당연시 됐다”며 “수급 주체들이 그간 반도체주를 많이 비워둔 상황이기도 했기 때문에, 많이 못 오른 대형주가 상승하는 건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펀더멘털 관점에서 근본적인 상승이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도 “반도체 순환매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오른다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있다”며 “최근 삼성전자 기업설명회(NDR) 톤이 긍정적이란 이야기가 있지만, 펀더멘털의 바닥을 논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긍정적인 시장수요 전망을 볼 때, 고객사의 수요는 지속되고 이에 따라 재고는 현재와 같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주가의 하방 압력의 가장 큰 요인인 ‘수요 둔화 및 공급 확대에 따른 빠른 가격 하락 전환’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인 셈이다.

한편 앞으로 다가올 삼성전자 상승에 대비해 서서히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선 메모리 고점 우려가 많은데, 우리 생각은 다르다”라며 “공급망 차질에 의한 세트(휴대폰, PC 등) 생산 둔화 우려는 주가에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된 상태로 피크 아웃 우려가 해소되면서 이번 상승 싸이클의 세 번째 랠리를 예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확대를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메모리에선 원가 절감이 빠르게 이뤄져 계절적 비수기인 올해 4분기~내년 1분기 이익 방어가 가능하고, 비메모리도 그간 부진했던 SoC(시스템 온 칩) 출하 개선 및 서비스 가격 현실화 등에 성수기를 상회하는 이익 달성이 전망된다”며 “일단 연초 이후 부진했던 주가는 반도체 부문의 펀더멘털 개선을 반영해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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