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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사건 `체모` 두고 반박에 재반박…검·경 19일 논의(종합)

손의연 기자I 2019.12.18 18:12:59

檢 "일반인 체모 스탠더드 시료, 윤씨에게만 적용 조작"
警 "사건현장 있던 음모…일반인 테스트 기록 없어" 반박
檢 "재심의견서에 상세히 설명…19일 警수사팀과 논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춘재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이춘재(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체모 감정 결과를 두고 검경이 연이어 공방을 벌이고 있다. 18일 경찰이 국과수 감정 결과가 조작됐다는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자마자 검찰은 바로 “경찰의 설명은 검찰의 직접조사와 다르다”며 재반박하고 나섰다. 양측 모두 국과수와 원자력연구원 등 기관 관계자와 전문가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며 서로 날을 세우고 있다.

◇경찰, “스탠더드 시료는 일반인 체모 아닌 현장 발견 음모”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춘재연쇄살인 수사본부는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남부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찰은 사건 당시 국과수가 일반인 체모인 ‘스탠더드’ 시료를 감정한 결과를 윤모씨 감정서에만 사용해 감정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스탠더드 시료는 테스트용인 일반인의 모발이 아니라 (8차 사건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당시 보고서를 작성한 원자력연구원의 J 박사에게 받은 답변을 토대로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테스트용 시료에는 ‘인증 방법’, ‘인증값’, ‘상대오차’ 등 내용이 기재돼 있어야 하는데 당시 스탠더드 시료에는 이러한 표기가 없다”며 “스탠더드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도 국과수가 신뢰도 확인을 위해 보내 온 시료의 명칭을 그대로 기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감정인의 연구논문이나 원자력연구원 보고서에 일반인의 음모를 사전에 분석해 기기성능을 테스트했다는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분석기기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해 스탠더드로 테스트할 수 있으나 모발의 경우 상업용 인증 표준물질이 없다”면서 “테스트용으로 일반인의 모발을 사용했다기보다 현장 음모를 사용했다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했다.

검찰이 윤씨에게만 스탠더드 시료의 수치로 감정했다는 주장을 한 데 경찰은 “윤씨뿐만 아니라 다른 용의자 10명에 대해서도 같은 수치로 비교 감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검찰은 경찰의 설명이 검찰이 그동안 한 직접 조사와 다르다는 입장문을 18일 즉각 발표했다. 시료 분석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 담당자와 국과수 등 전문가들을 상대로 검찰이 벌인 직접 조사와 경찰의 발표 내용이 사실 관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조만간 법원에 재심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재심 의견서를 제출하며 검찰이 그간 직접 조사한 내용과 확인된 사실 관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19일 경찰 수사팀과 이러한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검경 연이어 사실공방…19일 논의 예정

지난주부터 검·경은 화성 8차 사건에서 국과수의 감정 결과에 대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8차 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며 “국과수의 감정결과가 조작됐다”고 발표했고 경찰은 17일 “조작이 아닌 오류”라고 맞섰다.

경찰 관계자는 “조작이란 없는 것을 지어내 만드는 것”이라며 “국과수는 감정 과정에서 시료 분석 결과값을 인위적으로 조합, 가공, 첨삭, 배제해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검찰은 국과수가 범죄 현장에서 수거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체모를 감정한 결과를, 범죄현장에서 수거한 음모에 대한 감정 결과인 것처럼 허위로 작성한 후 감정 결과 수치도 가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늦은 오후 다시 반박문을 내고 검찰의 설명을 부인했다.

이춘재(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중학생 박모양이 자택에서 성폭행당하고 숨진 사건이다. 윤씨는 당시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 사건과 다른 4건 등 14건의 살인을 자백하면서 진범 논란이 불거졌다. 윤씨는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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