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적용 공방…"소상공인 피해" vs "최저임금 목적 훼손"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의 신경전이 심화하고 있다. 경영계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급등한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차등적용 필요성을 주장한 반면 노동계는 차등적용이 최저임금 자체를 낮춰 그 목적을 전면 부정한다고 맞섰다.

인상률을 둘러싸고도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모두 급등하는 현 추세에 대한 어려움을 노사 모두가 호소하고 있어 올해 최저임금 심의도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날 회의에는 근로자위원 7명과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5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올해 최저임금 관련 통계나 연구 결과 등을 살펴보며 본격적인 심의가 진행됐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는 화두에 오른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4조 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임위 심의를 거치면 개정할 수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최저임금을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운을 띄었다. 최저임금제 도입 첫해인 1988년 2개 업종 그룹을 설정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엔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노동계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에 비판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연대는 “사용자단체는 최저임금위원회 안과 밖에서 경영상 어려움만을 주장하며 업종별 차등적용을 다시 제기하고 있다”며 “이는 최저임금을 낮출 수 있게 하자는 것으로 최저임금법의 목적을 전면 부정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임위 회의에서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둘러싼 노사 간 신경전이 이어졌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 노동계 원천 반대하지만 이미 법적으로 보장되는 부분”이라며 “최저임금 수준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이 있기 때문에 여러 상황 감안해 심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용자위원인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도 “최저임금은 5년 간 42% 인상됐고, 중위소득의 62%를 넘어서고 있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굉장히 감당하기 어렵다”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하고, 현실적으로 구분 적용 문제에 대해 성의를 갖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업종 구분과 같은 불필요한 논쟁은 걷어 버리고, 최저임금 본래 목적을 확립할 수 있는 건설적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지적했고,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도 “최저임금에 대한 정부인사의 간섭과 개입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자율적인 논의를 부정하는 것이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이러한 정부 태도로 인해 지난 수 십년 간 지속된 업종별 차등적용 논란이 최근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올해 심의도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노사 모두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 이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4.8%로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며 “요즘 서민들은 만 원짜리 한 장으로는 밥 한 끼도 제대로 사 먹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류 경총 전무는 “소비자물가에 비해 생산자물가가 2배나 더 오른 만큼 산업현장에서는 회복이 지체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며 “5년 간 누적 물가는 8.2% 올랐지만, 최저임금은 42%나 올라 충격이 남아 있는 만큼 최저임금이 안정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