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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이해찬, '투기 정조준'..고심하는 김동연

최훈길 기자I 2018.09.03 16:27:52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놓고 시각 차
기재부 신중론, 정책 혼선-시장 영향 고려
국토부 개편론 "투기 선물 준 세 혜택 줄여야"
이해찬 "공급 확대"..'주택 건설+다주택자 압박'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기획재정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기획재정부가 임대사업자 관련 세제 혜택 축소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정책 혼선이나 시장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국토교통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윤태식 기재부 대변인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지 여부에 대해 “제도의 보완 문제는 제도의 목적과 효과, 부작용,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발언과는 다소 온도 차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앞서 김현미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 간담회에서 “등록 임대주택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이 투기꾼들에게 과도한 선물을 준 듯하다”며 “세제 혜택을 일부 축소하기로 기획재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과열 지역에 한해 새로이 주택을 취득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경우 일부 과도한 세제 지원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입장’인지 묻는 질문에 “여러 각도에서 알아보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기재부 다른 고위관계자도 ‘세제 혜택 축소를 검토하는지’ 묻는 질문에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다”며 “(축소하는 쪽으로) 검토할지 말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재부가 신중한 입장을 표하는 것은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현행 세법에는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종부세 등 각종 감면 혜택이 담겨 있다. 세제 혜택을 당장 줄이면 기재부의 세법 개정이 꼬일 수 있다. 조세 저항도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여당은 기재부보다는 국토부 쪽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택)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라며 “종부세 강화와 함께 공급 확대를 정부에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이재정 당 대변인은 통화에서 ‘공급 확대’ 발언의 의미에 대해 “30만호 실제 공급계획과 수요 관리적 측면의 투기 관리를 동시에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 대표가 △수도권 공공택지를 개발해 주택 3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국토부의 지난달 27일 발표 △다주택자를 겨냥한 종부세 강화나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등 국토부의 규제책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는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준 게 잘못이다. 이를 악용한 투기가 극심한 상태”라며 “투기 급등 지역, 임대주택 신규 등록자를 대상으로 세제 혜택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세제 혜택을 주면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고 하더니 8개월 만에 이를 바꾸면 정부, 세법에 대한 신뢰가 추락할 수 있다”며 “세제 혜택 축소, 종부세 대폭 강화로 가면 임대 시장은 불안해지고 주택을 강제로 팔라는 신호가 돼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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