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간섭 어떤 지지도 못 얻어" 미국에 경고 던진 시진핑

신정은 기자I 2021.04.20 17:35:50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 불리는 보아오 포럼 개막
시진핑 "디커플링·신냉전 반대" 美작심 비판
“대국은 대국 면모 갖춰야, 개방은 역사적 추세”
반기문 "신속하고 공평한 백신 보급" 강조
최태원 "ESG 경영 기업생존 걸린문제"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博鰲) 포럼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디커플링, 신냉전’을 반대한다면서 미국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반면 시 주석은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며 군비경쟁을 벌이지도 않겠다고 못박았다.

문재인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한국 인사도 대거 참석해 코로나19 극복,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 등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

시진핑 “서로 존중하고 신뢰해야”…美겨냥 발언

시 주석은 20일 중국 하이난(海南)에서 열린 2021년 보아오포럼 연차총회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세계가 격동의 변혁기에 접어들면서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현저히 높아졌다”며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소통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인류 사회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는 후손들을 위해 어떤 미래를 창조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 후 “우리는 인류의 공동 이익에서 출발해 책임있는 태도로 현명한 선택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세상은 공정해야 하고, 패도해서는 안된다”며 “대국은 대국의 면모를 갖춰야 하고 더많은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경제 세계화 시대에 개방·융통은 막을 수 없는 역사적 추세”라며 “인위적인 ‘벽쌓기’, ‘디커플링’은 경제논리와 시장규칙에 어긋나며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기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 주석은 또한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각국 국민은 냉전과 제로섬 방식의 사고 방식을 거부하고, ‘신냉전’과 이데올로기(이념) 대립에 반대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와 나라가 함께 지내려면 평등하게 대우하고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을 앞세워야 한다”며 “걸핏하면 타국에 대해 턱으로 지시하고 기색(氣色)으로 부리고, 내정 간섭을 하는 건 어떤 지지도 얻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이 대만과 신장(新疆)위구르 인권 문제 등을 관련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을 비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시 주석은 “우리는 인류 공동 가치관인 평화, 발전, 평등, 정의, 민주주의, 자유를 제창하고 서로 다른 문명 간의 교류를 장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아울러 “중국이 어느 정도로 성장하는 것과 관계없이 영원히 패권을 잡지 않고, 확장하지 않고 세력권을 도모하지 않으며 군비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계속해서 세계평화의 건설자, 전세계 발전의 공헌자, 국제 질서의 수호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수석은 코로나19 백신 문제에 대해서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필요한 백신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연구개발, 생산, 유통에서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AFP
최태원 “ESG 경영, 기업생존 걸린 문제”

올해 20주년을 맞은 보아오 포럼은 대외적으로는 비정부 기구인 보아오 포럼 사무국이 주최하지만, 중국 정부가 국제 여론을 만들기 위한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못했고, 올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해 규모를 더욱 키웠다.

이날 개막식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보아오포럼 이사장 자격으로 가장 먼저 환영사를 전했다. 반 이사장은 “2020년 이렇게 작은 바이러스가 세계를 위협할지 아무도 몰랐다”면서 “이건 사회 위기고, 경제 위기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포럼 주최국인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가 많은 생명을 지켰다”면서 “그러나 도전은 여전히 있고, 바이러스는 우리 옆에 있으며 모든 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반 이사장은 “가장 중요한 건 백신이 빨리 시장에 보급되는 것”이라면서 “만약 공평한 백신 분배가 없으면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이 선진국에 계속 뒤처지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각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영상메시지를 통해 “최근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와 공동으로 사회적 가치랩(실험실)를 설립했다는 것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면서 “중국 등지에서 ESG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ESG 경영은 기업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며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적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으며 지난달 국내 대표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한 후에도 경제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ESG를 널리 알리고 있다. SK는 삼성과 함께 보아오포럼 파트너기업이다. 최 회장은 매년 이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영상으로 축사를 전하고 “어떤 나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이웃에 대한 배려 없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면서 “아시아에서부터 코로나에 공동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포용성이 강화된 다자주의 협력 △아시아에서부터 코로나에 공동대응 △‘녹색 회복’을 위한 공동행동 △신기술과 혁신 거버넌스 협력 등을 제안했다.

포럼 사무국 측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각국 전·현직 정치 지도자 40명과 전·현직 장관 74명을 비롯해 국제기구 지도자, 경제계 인사, 학자, 정부 관계자 등 60여개국에서 모두 4000여명이 참가한다. 보아오포럼은 18일 사전 행사를 시작으로 21일 폐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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