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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한국형 게임 OTT 시장 진출”..게임 업계는 ‘관망세’

김현아 기자I 2020.08.12 17:32:34

KT, 대작 게임은 부족하지만..‘가성비’와 ‘아이폰’으로 승부수
게임사들, 킬러 콘텐츠 부족해 관망세
NHN과 스마일게이트는 ‘게임박스’와 제휴

[이데일리 김현아, 노재웅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KT가 ‘한국형 게임 OTT(인터넷스트리밍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 ‘게임박스’ 앱을 깔고 월 9900원(연말까지 4950원)을 내면 스마트폰, PC, IPTV 등으로 100여 종의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5G의 초저지연성을 활용해 KT 클라우드 서버에서 게임을 구동하기에 콘솔 게임기를 사지 않아도 고사양 게임을 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독자 플랫폼은 아니다. SK텔레콤은 MS와 제휴해 ‘엑스박스 게임 패스 얼티밋(월 1만6700원·9월 가격할인 공개)’을 9월15일(글로벌 기준) 출시하며,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와 제휴해 ‘지포스나우(월 1만2900원·연말까지 6450원)’를 제공하고 있다.

KT ‘게임박스’가 MS, 엔비디아 등을 제치고 게임계의 넷플릭스가 될 수 있을까. 이성환 5G/GiGA 사업본부장(전무)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면서도 “게임박스를 한국형 대표 게임 OTT로 키워보겠다”고 했다. 2022년까지 ‘게임박스’ 가입자 100만 명 유치가 목표다.

▲KT 5G/GiGA사업본부장 이성환 상무가 12일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개최된 ‘게임박스’ 출시 기자설명회에서 KT가 새롭게 출시한 구독형 스트리밍 게임 OTT ‘게임박스’와 개방형 플랫폼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T 모델들이 12일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개최된 ‘게임박스’ 출시 기자설명회에서 KT의 새로운 구독형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게임박스’를 시연하고 있다.


KT, 대작 게임은 부족하지만..‘가성비’와 ‘아이폰’으로 승부수

KT의 ‘게임박스’는 사실상 국내 첫 구독형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다. 자체 플랫폼으로 개발된 덕분에 MS플랫폼을 쓰는 SK텔레콤이나 엔비디아 플랫폼을 쓰는 LG유플러스에 비해 국내 게임을 추가하는 게 수월하다. 현재 제공되는 게임은 △NBA2K20(시리즈 누적 9천만장 이상 판매 게임)△보더랜드3 (출시 5일만에 10억달러 이상 이상 판매, 매드맥스 분위기 FPS 게임) 등 대작을 포함 100여종이나, 경쟁사들보다 대작 게임이 부족하다.

권기재 KT 상무는 “오픈베타서비스를 했더니 20개 게임 타이틀이 이용시간 80%를 차지했지만 재밌는 반전도 있었다”면서 “인디·캐주얼 장르 게임도 이용시간이 상당했다. 이는 한 번 월정액을 내면 무제한 이용하는 구독형의 특징 때문”이라고 말했다. KT는 인디게임협회 등과 제휴해 ‘게임박스’의 게임 타이틀을 매월 10개씩 추가하고 연말까지 200여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게임박스’ 브랜드 이미지


하지만 역시 ‘게임박스’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1만원 중·후반대인 경쟁사들과 달리 월9900원이다. 연말까지는 4590원으로 제공한다.

특히 안드로이드폰에서만 가동되는 MS나 엔비디아 클라우드 게임(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게임)과 달리 10월부터는 아이폰에서도 제공된다. KT 관계자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아마존, 구글, MS,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공룡들이 뛰어들면서 애플에게 잘 열어주지 않는 분위기인데 우리는 독자 플랫폼이어서 아이폰 iOS 제휴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애플은 클라우드 게임이 대세가 되면 게임박스 같은 플랫폼이 게임 포털 기능을 하게 되고 그리 되면 자사 앱스토어 매출이 줄어들 것을 염려해 글로벌 클라우드 게임에 부정적이다.

게임사들, 킬러 콘텐츠 부족해

게임 업계는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은 한게임 사이트에서 ‘게임박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스마일게이트와는 ‘게임박스’에 인디게임을 소개하기로 했지만, 통신3사의 클라우드 게임 공세에 대해 게임 업계는 일단 관망세다. 통신사 클라우드 게임 콘텐츠의 바탕이 되는 콘솔게임의 이용자층이 서구권과 비교해 빈약한 데다 모바일게임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끌어들일 클라우드 게임만의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넷플릭스의 경우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또 소비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킬러 콘텐츠들이 존재한 것이 컸다”면서 “하지만 현재의 클라우드 게임은 기존 콘솔이나 PC 게임을 스트리밍 해주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에 큰 메리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다는 편의성을 강조하지만, 모바일게임 이용자와 콘솔·PC게임 이용자의 성향은 확실히 구분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값비싼 콘솔기기를 구매할 필요가 없고, 타이틀 역시 개별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가격적인 이점은 있을 수 있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지금의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처럼 모든 개발사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수준의 플랫폼으로서 클라우드 서비스가 자리 잡는 시기가 오면, 그때는 모바일게임이나 콘솔·PC게임 구분 없이 클라우드 플랫폼이 대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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