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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에 금리 인상 덮쳐…'거래 절벽' 오나

성문재 기자I 2017.11.30 16:48:03

신규분양 집단대출 규제 심화
2금융권 이용땐 부담 '눈덩이'
"강남은 끄덕없을 것" 의견도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매물이 없어 발을 동동 굴리던 수요자들이 지금은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며 발을 빼네요.”(서울 광진구 자양동 H공인 관계자)

30일 한국은행이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부동산시장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예측됐던 일이지만, 그 파급력은 부동산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30일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부동산시장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금리 민감도가 높은 재건축·재개발이나 레버리지를 많이 이용하는 투자용 부동산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택이나 수익형 부동산 매수자의 상당수는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왔다. 이들로서는 이번 금리 인상과 내년 추가 인상 예고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상승에다 대출 규제까지 겹친 것이 문제”라며 “금리가 완만하게 오른다 해도 대출 규제 때문에 부동산 거래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신규 분양시장에는 금리 인상에 따른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집단대출 규제가 심화하면서 제1금융권에서 중도금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며 “2금융권을 이용하게 되면 금리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과 단지에 따라서는 잔금 대출 전환 시 입주 포기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점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29일 정부가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공공주택 100만가구 공급 계획을 밝혔고,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추고 다주택자들은 보유 주택을 일부 처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위례신도시 김찬경 위례박사공인 대표는 “강남과 위례신도시 등지에 여러 채를 보유한 일부 다주택자들이 아파트 매물 호가를 1000만~2000만원씩 낮추기 시작했다”며 “그래도 거래가 쉽지 않다. 내년까지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 강남만큼은 끄덕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양진 압구정현대부동산 대표는 “강남은 정부 규제나 금리 인상에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를 한꺼번에 2~3%포인트 올리지 않는 이상 미동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가 줄어도 당장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서울의 경우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데다 수요도 많은 만큼 집값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원갑 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실물경기 호조로 부동산 경기는 급격한 침체보다는 수요 둔화와 거래량 감소 정도가 예상된다”며 “금리 상승이 체감 임계점을 지나지 않는 한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 시대가 펼쳐진 만큼 과도한 대출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함영진 센터장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고 내년에는 신총부채상환비율(DTI)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도 도입되는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중도금 대출 자체가 어려워졌고 금리도 분양계약률과 연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새 아파트는 인기지역, 유망단지 위주로 청약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기준금리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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