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준비 없이 밀어붙인 정규직화…청구서는 尹정부 몫으로

최정훈 기자I 2022.03.16 16:55:22

文정부, 20만명 정규직 전환…임금처우 개선 이제야 착수
그나마 60여개 공무직 직종 중 4개만 임금실태조사 시작
대폭 늘어난 공무직 인건비 부담은 차기정부 숙제로
직무급제 도입 탄력?…尹 노동공약 설계자 "획일적 추진 어려워"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추진한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으로 20만명 가량 늘어난 공공부문 무기계약직(공무직)에 대한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을 윤석열 정부에서 지게 됐다. 공무직에 대한 임금 논의가 현 정부 임기 한 달여를 앞두고 이제야 시작됐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점심 식사를 위해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등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6일 관가에 따르면 공무직위원회는 최근 공무직 임금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공무직의 임금 처우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의 근거가 될 이번 실태조사는 사무보조·연구보조·조리사·사서 등 4개 직종에 대해서만 우선 이뤄질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상반기 내로 마무리하는 게 목표인 이번 실태조사는 임금체계를 논의하기 위해 공무직의 임금 수준을 먼저 파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며 “60여개 공무직 직종 중 전문 직종으로 분류된 4개 직종의 임금 수준을 먼저 파악해 전반적인 공무직의 임금 상황을 파악해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무직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문재인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착수됐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임기 시작과 동시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공무직이라 불리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규모를 대폭 늘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의 기간제, 파견 용역 근로자 총 41만5062명 중 현 정부에서만 19만8000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공무직이 2배 가량 늘어나면서 인건비 폭증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그러나 인건비 부담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아닌 윤석열 정부에서 책임을 지게 됐다. 앞서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민 부담 최소화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정규직 전환자의 임금체계를 연공급이나 호봉제가 아닌 직종별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직무급) 취지가 반영될 수 있게 설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차기 정부가 마무리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2021년 12월 말 기준(자료=고용노동부 제공)


공무직 임금에 대한 논의가 윤석열 정부로 미뤄지면서, 이들에 대한 직무급 도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모두 대선 후보 시절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공약에 담았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부문과는 달리 공공부문은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훨씬 커 직무급 도입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예상되는 난관은 노동계 반발이다. 연공급을 선호하는 노동계는 임금 감소 등을 이유로 직무급 도입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공무직의 연공급제 적용도 인건비 증가로 인한 국민 부담 커질 수 있고, 기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정규직과의 마찰도 발생할 수 있다. 섣부르게 접근하다 문재인 정부 초기 정규직 전환 갈등이 폭발한 인천국제공항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공약을 설계한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으로 공무직이라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이의 근로자를 양산하면서 또 다른 숙제를 키웠다”며 “다만 직무급 도입을 획일적으로 하기는 쉽지 않고, 노사가 자율로 정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