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겪은 철도 기관사, 심리상담 없이 투입..정신건강 '빨간불'

최근 6년간 철도교통사상사고 발생현황(단위: 건, 명, 자료: 민경욱 의원실)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해마다 수십명의 철도기관사가 운행 중 인명사고를 겪고 있지만, 제대로 된 심리치료를 받지 못한 채 현장에 다시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인천 연수구을)이 코레일(한국철도공사) 협조로 최근 2년간(2017~2018년) 철도 교통사고를 겪은 기관사 77명 중 설문조사에 응한 45명의 회답서를 분석한 결과, 45명 가운데 20%인 9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치료를 요하는 기관사도 5명 있었다.

이는 같은 설문지로 이뤄진 조사에서 위험군 판정을 받은 소방관(6.3%)의 3배, 일반 국민(0.6%)에 비해서는 33배나 많은 유병률이다. 설문조사툴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소방관 검사용과 동일하게 개발했다.

그러나 충격적인 경험을 한 기관사들에 대한 코레일 차원의 치료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코레일은 심리상담 및 전문의 치료 연계 등 외상 후 스트레스 관리 지원과 위로휴가 5일을 부여하고 있지만, 응답자 가운데 22명이 ‘전문가 상담조차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 응답자 속에는 위험군에 속하는 9명 가운데 7명이 포함돼 있다.

사고를 겪은 기관사들이 바라는 점으로는 ‘사고가 난 곳을 다시 지나가지 않게 해달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민경욱 의원은 “충격적인 경험을 한 기관사들에 대해 코레일은 형식적인 지원제도만 만들어 놓고선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 이들은 악몽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다시 사고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