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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형은행들 기업들에 "예금서 돈 빼라" 이례적 조치…왜?

김보겸 기자I 2021.05.04 17:46:43

美은행들 "예금에서 현금 빼 MMF로 돌리라"
올해 4월부로 연준 SLR 규제완화 종료한 영향

JP모건 등 미국 대형은행들이 고객들에게 예금서 돈을 빼라는 이례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 대형은행들이 기업 고객들에게 예금에서 돈을 빼라는 이례적인 조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완화를 종료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JP모건과 씨티그룹 등 대형은행들이 일부 대기업 고객들에 예금이 아닌 머니마켓펀드(MMF)로 현금을 돌리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달부터 연준이 SLR 규제 완화를 철회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SLR은 총자산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로, 자산규모가 2500억달러를 넘는 대형은행들이 위험자산을 추가로 매입하려면 자기자본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한다고 규정한 제도다. JP모건 등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은 국채나 현금 등 총자산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5% 이상이어야 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준은 SLR을 완화했다. 레버리지 비율을 높이려고 은행들이 대출을 축소해 경제가 위축되는 일을 막으려는 의도에서다. 총자산에서 국채와 현금 등은 계산에서 빼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준이 3월 말로 예정된 SLR 완화를 종료하면서 예금이 늘어난 대형은행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금 형태의 예금을 그대로 두면 SLR 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기자본도 늘려야 하는 부담이 생겨서다. 대형은행들이 기업 고객들에게 현금을 MMF 등 레버리지 비율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금융상품으로 돌리라고 유도하는 건 SLR 완화조치 종료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 3대 은행인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은행의 예금액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이들 은행의 예금 총액은 1조달러로 사상 최대를 찍었고 올 1분기에도 2430억달러 늘었다. 2019년에는 예금 총액이 920억달러 늘었다.

전례없는 경기부양에 힘입어 소비보다 예금이 더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제라드 캐시디 RBC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이 디즈니랜드에 놀러 가고, 기업들이 새로운 창고를 짓고, 새 장비를 구입한다 해도 들어오는 돈에 비해 충분히 빨리 소비하고 있지 않다”고 이같이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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