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에 예탁금 첫 50조원 돌파…주가 상승 원동력 될까

이슬기 기자I 2020.06.29 17:18:01

증시예탁금 첫 50조원 돌파…SK바이오팜 환불금 영향
바이오팜 환불금으로 투자처 물색…공모주 경쟁률↑
SK바이오팜 환불금 투자 고려 이벤트 나선 증권사도
"유동성 유입 긍정적이나…지수 끌어올리긴 무리"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평생 주식투자를 해본 적 없는 회사원 이모(62)씨는 최근 SK바이오팜 공모에 900주 청약을 했다가 3주를 배정받고 대부분의 증거금을 환불받았다. 이씨는 “다들 SK바이오팜 청약을 하기에 호기심에 덩달아 청약을 해봤는데 이후 주식시장을 알아보면서 투자에 흥미가 생겼다”며 “환불받은 2000만원 가량을 계좌에 예치해놓고 공부하면서 조금씩 주식투자를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가 SK바이오팜 공모를 계기로 대거 유입되며 투자자예탁금이 사상 처음 50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폭락장에 많은 개인들이 저가매수를 노리고 주식시장에 진입했었는데, 이번엔 SK바이오팜으로 몰린 뭉칫돈이 주식시장의 대기자금으로 남은 것이다.

증권가에선 개인의 풍부한 유동성은 증시에 긍정적이나, 유동성 만으론 주가를 더 끌어올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미·중 무역분쟁 등 리스크가 상존해 있는 상황이라 언제든 주가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SK바이오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첫날인 지난 23일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에서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청약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SK바이오팜 공모에 예탁금 50조 돌파…새 투자처 물색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6일 기준 50조 5095억원에 달한다. 투자자예탁금이 50조원대를 기록한 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8년 이후 최초다. 투자자예탁금은 언제든지 증시에 투입 가능한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데, 연초까지만 해도 30조원을 밑돌다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최근까지 40조원 후반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주목할 부분은 26일의 투자자예탁금의 증가다. 이날에만 투자자예탁금은 4조 1702억원이 증가했다. SK바이오팜 청약 증거금 환불금이 이날 입금된 영향이다. 지난 23~24일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이뤄진 SK바이오팜 청약에서 31조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몰렸는데, 경쟁률이 323대 1까지 오르며 대부분의 증거금이 주식 배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환불됐고 이중 상당금액이 주식시장에 남았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급락이 개인 매수세를 끌어들였는데 공매도가 제한되며 개인 투자자의 진입이 가속화됐다”며 “최근 SK바이오팜 상장 이슈로 인해 투자자예탁금에 또 한 차례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고 짚었다.

이렇게 SK바이오팜 청약에 나선 신규투자자 중 상당수가 환불받은 증거금을 통해 새로운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30대 여성 김모씨는 “SK바이오팜 공모 이후 환불받은 돈의 일부는 대출 갚는 데 쓰고 나머지 돈으로는 미국 주식 투자 등을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유동성 증시 곳곳에 퍼져도…“지수 끌어올리긴 무리”

실제 SK바이오팜 청약을 위해 유입된 돈은 최근 공모주 시장으로 일정부분 흐른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시장 상장 예정인 위더스제약은 지난 25~26일 이뤄진 일반 청약에서 청약경쟁률 1082.03대 1을 기록했고, 신도기연 역시 25~26일 일반 투자자 청약을 진행했는데 경쟁률만 955.01대 1을 기록했다. SK바이오팜 청약을 받았던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이번엔 각각 위더스제약과 선도기연의 청약을 받았다.

위더스제약에 공모를 넣었다는 서모(50세)씨는 “SK바이오팜 청약결과 발표하는 날 확인차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을 여니 위더스제약 청약이 진행 중이길래 혹시나 해서 넣어봤는데 이것도 경쟁률이 치열해서 몇 주 못 받았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에 청약한 투자자가 환불금으로 다른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고 보고 이벤트를 내건 증권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SK바이오팜 청약에 참가한 영업점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청약환불일인 지난 26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가입한 경우 금액에 따라 현금을 지급한다. 물론 한국투자증권에서 내놓은 상품 가입에 한한다.

다만 이렇게 유입된 개인의 투자금이 증시 곳곳에 흐를 순 있어도 증시 전반을 끌어올릴 힘까지 되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시 곳곳에 악재가 쌓인 상황인 탓이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의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유입되면서 지수 상승을 주도하는 상황이지만 유동성이 언제까지 공급될 순 없기 때문에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의 재확산, 더딘 경기 회복 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개인은 대규모의 차익매물을 출회하며 지수에 하락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