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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 죽음의 행렬을 멈춰달라"…올해만 8명, 청와대 앞에서 '정부 책임' 촉구

김보겸 기자I 2019.05.23 18:35:02

23일 전국우정노동조합 600여명 청와대 사랑채 앞 집회
우정노조 "집배원 인력 충원하고 주 5일제 시행하라"
주말도 반납하며 라돈 침대 수거했지만...적자 핑계로 근무환경 '제자리걸음'

23일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전국우정노동조합이 집회를 열고 “집배원 죽음의 행렬을 멈추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김보겸 기자)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집배원들이 지난 13일 30대 집배원이 과로사한 것과 관련해 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은 23일 오후 2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집배원들은 왜 해마다 수십 명씩 목숨을 잃어야 하는가”라며 “집배원도 안전한 일터에서 마음 놓고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집회는 전국에서 집배원 6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진행됐다.

우정노조는 이번 집회를 통해 △우체국 집배원 2000명 충원 △주5일제 보장 △우정사업본부장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인력 증원,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법이 작년에 개정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정사업본부가 적자를 낸다는 이유로 약속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정노조는 이어 “적자가 난다면 집배원 업무에 대한 적절한 요금을 받든지,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정사업본부의 경영위기 책임을 떠넘긴 본부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이원재 인천우체국 지부장은 “신도시가 생기면서 현장 집배원의 수는 그대로인데 일이 배로 뛰었다”며 “현장 인력이 모자라 아무리 아우성쳐도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중간 관리자만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라돈 침대’로 국민이 불안에 떨 때 집배원들이 주말도 반납하며 수거에 나섰다”며 “공공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임했고, 이에 이낙연 총리도 인력증원을 강구하고 지시했지만 결국 근무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우정노조는 충남 공주우체국 집배원 고 이은장씨의 추모 의식도 함께 진행했다. 이씨는 지난 13일 근무를 마친 후 잠을 자다 35세의 나이로 돌연사했다. 이씨는 정규직 전환을 두 달 앞두고 과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휴일에도 상사의 이삿짐을 나르고 개밥을 주는가 하면 개똥까지 치워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정노조에 따르면 올해 8명의 집배원이 과로사했고 2008년부터 2018년까지의 사망자는 191명에 달한다.

이 씨의 동료 서근원 공주우체국 집배원은 추모편지에서 집배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이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서씨는 “우리는 동료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하루하루 힘든 일상을 지내고 있지만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오늘도 이륜차에 몸을 싣는다”며 “더 이상 동료를 잃는 슬픔을 겪고 싶지 않다. 국민 여러분이 제발 도와달라”며 울먹였다.

숨진 이씨가 무기계약직이라는 점을 이용해 초과 근무를 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우체국 직원 이모(47)씨는 “무기계약직이었던 이 씨에게 정규직으로 바꿔 주겠다는 명목 하에 우정사업국장이 갑질을 했다”며 “특히 지방 우체국일수록 정규직 전환을 시켜 준다며 잡일을 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과로사가 웬말이냐 집배원 증원하라” “근로조건 외면하는 본부장은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우정노조는 정부가 응답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가 중앙우체국 앞이 아닌 청와대 앞으로 온 이유는 집배원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우정노조 60년 역사 최초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정노조는 이어 “총파업에 따른 혼란과 물류대란 책임은 정부가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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