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재정난' 중남미…코로나 창궐에도 '속수무책'

김정남 기자I 2020.05.25 18:25:20

트럼프, 對브라질 입국 금지령 전격 시행
브라질, 美 이어 코로나 확진자 많은 나라
문제는 중남미 경제·사회·정치적 취약성
브라질 성장 -5.3% 전망…금융시장 혼란
IMF 등에 손 벌리는 나라들 점차 늘듯

브라질 시위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의회 앞에서 검은 십자가가 그려진 국기를 들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콜롬비아 보고타의 보건부 앞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의료진이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이 브라질에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격 금지하기로 했다. 중남미, 그 중에서도 특히 브라질이 코로나19의 새로운 핫스팟(hot spot·빈발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탓이다.

최근 중남미 상황은 위기 그 자체다.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3만~4만명씩 늘며 중국→유럽→미국에 이어 ‘가장 위험한 대륙’이 됐다. 우려되는 건 중남미가 스스로 코로나19를 헤쳐나갈 능력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의료와 재정이 충분하지 않고 부패 정도가 상대적으로 커서다. 국제사회에 손을 벌리는 나라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對브라질 입국 금지령”

케일리 매커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에 들어오기 전 브라질에서 14일간 체류한 외국인의 입국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미국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전했다. 입국 금지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십분 반영된 것이다.

그는 “이번 조치는 브라질을 다녀온 외국인들이 미국 추가 감염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다만 이같은 규제는 미국과 브라질 사이의 무역에는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로부터의 여행 금지는 오는 28일 밤부터 발효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 영주권자와 그 배우자, 부모, 자녀 등 가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외 모든 외국인은 브라질에 다녀왔다면 미국에 들어갈 수 없는 셈이다.

미국이 이같은 초강경 카드를 꺼내든 건 브라질의 코로나19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미국 내 경제 재가동은 서서히 추진하는 가운데 중남미로부터는 문을 닫은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브라질의 확진자 수는 36만3211명이다. 미국(164만2021명)에 이은 2위다. 브라질의 사망자 수(2만2666명)는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여섯 번째로 많다.

브라질 외에 페루의 확진자는 12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멕시코와 칠레는 각각 7만명에 근접하고 있다.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등에 따르면 최근 중남미는 하루 3만~4만명씩 감염자가 급증하며 누적 70만명을 넘긴 상태다.

◇재정·의료 부실…IMF에 손 벌려

중남미의 총체적 위기는 앞선 핫스팟 대륙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경제 체력이 워낙 약하다 보니 자체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재정도, 의료도 부족한 탓이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최근 브라질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300bp(1bp=0.01%포인트)를 넘고 있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나 파산 등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신용파생상품의 수수료다. 채권을 발행한 국가와 기업의 부도 가능성 혹은 신용위험이 높아지면 CDS 프리미엄은 함께 오른다. 보험에 가입할 때 사고 확률이 높으면 보험료가 상승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코로나19 이전인 올해 초 브라질의 CDS 프리미엄은 100bp를 밑돌았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국제금융시장이 헤알화 등 브라질의 투자자산을 보는 눈이 확 어두워졌다는 뜻이다. 미국처럼 돈을 풀면 통화가치가 급락(달러·헤알 환율 급등)하는 악순환이 불가피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대출을 해달라는 중남미 국가들이 점차 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지어 아르헨티나는 지난 22일 만기인 밀린 이자 5억300만달러(약 6254억원)을 갚지 못해 아홉번째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올해 브라질 성장률 -5.3% 추락”

실물경제는 이미 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브라질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5.3%.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1.1%를 기록했다가 갑자기 역성장으로 고꾸라진 것이다. △아르헨티나(-5.7%) △멕시코(-6.6%) △칠레(-4.5%) △페루(-4.5%) △콜롬비아(-2.4%) △에콰도르(-6.3%) △우루과이(-3.0%) △베네수엘라(-15.0%) 등 다른 주요국 모두 사정은 비슷하다.

정치적·사회적 문제 역시 중남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코로나19 초기부터 ‘단순 감기’로 치부하며 방역 대책을 소홀히 해 지금의 위기를 불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두 명의 브라질 보건장관들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갈등으로 물러났다. 브라질 내에서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다.

부패 문제도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지난해 브라질은 179개국 중 106위에 그쳤다. 멕시코는 130위에 머물렀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묘지에서 친척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코로나19 희생자들의 장례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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