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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잘 몰라"…'비대면 장보기' 권고에도 전통시장 '북적'

이용성 기자I 2020.09.23 16:16:15

추석 앞두고 서울 청량리·마장동 시장 노인들로 북적
'비대면 장보기' 장려해도…고연령층 진입 장벽 높아
전문가 "정부·지자체에서 실버층 교육 적극 나서야"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전통시장의 비대면·온라인 판매를 장려했으나 전통·재래시장은 여전히 북적이고 있다. 전통·재래시장의 주 이용객들이 대부분 고연령층이라 온라인 거래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언택트 시대’를 맞아 고령층이 온라인 거래 등 새로운 ‘문물’에 잘 적응하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 시장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지난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우체국 전통시장’, ‘온누리 전통시장’ 등 전통시장 온라인 쇼핑몰 7곳에서 지역 특산품을 최대 40%까지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기로 했다. 추석 연휴 전통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한 민간 온라인 쇼핑몰 16곳에서도 ‘소상공인 전용 기획전’을 개설해 최대 15%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비대면·온라인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대본은 “코로나19로 비대면·디지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만큼 전통시장·소상공인도 이러한 흐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추석 이후에도 비대면·온라인 판매 촉진 대책‘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3일 서울 주요 전통시장에는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모습이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마장축산물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60)씨는 “이번주부터 손님이 계속 몰리고 있다”며 “작년 추석 시즌만은 못하지만, 매출이 회복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 종합시장에도 역시 사람들로 붐볐다. 지난 21일 새벽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었지만, 불이 났었는지도 모를 만큼 사람들이 몰렸다.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모습.(사진=이용성 기자)
정부가 비대면·온라인 판매를 촉진하는데도 실제 소비자들의 행태가 엇박자를 내는 이유는 전통·재래 시장의 주 이용객들이 대부분 ‘디지털 약자’로 분류되는 고연령층이라 온라인에 적응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석 상차림에 올릴 음식을 사기 위해 시장을 방문한 이모(81)씨는 “나이가 들어 컴퓨터 이런 것을 할 줄 몰라. 그냥 하던 대로 시장 와서 물건을 직접 보고 고르는 것이 더 편해”라고 말했다. 청량리 종합시장에서 만난 김모(76)씨 역시 “뉴스에서 코로나다, 뭐다 해서 나오지 말고 인터넷으로 주문하라는데 우리 같은 사람은 그런 거 할 줄 모르니 나올 수밖에 없잖아”라고 웃었다.

상품을 판매하는 상인들 역시 온라인 판매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한 A씨는 “온라인으로 업체 등록하면 판매할 수 있다던데, 복잡하고 어려워서 안 하게 된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년층을 포함한 ‘디지털 약자’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 없이 비대면·온라인 판매 촉진하는 정책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1년간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고령 소비자들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고연령층 소비자는 비대면 거래의 시작인 회원 가입과 로그인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고연령층 소비자를 상대로 한 디지털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뿐만 아니라 키오스크 등 ‘언택트 시대’로 사회가 이동하고 있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실버 소비자’들도 변화해야 한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실버 소비자를 교육하고, 노인들에게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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