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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 칩 이식’ 사지마비 환자, 생각만으로 체스 둬

이재은 기자I 2024.03.21 23:47:21

2016년 다이빙 사고 이후 사지마비
1월 수술 후 퇴원 “인지장애도 없어”
생각만으로 커서 움직이고 체스 게임
뉴럴링크, BCI 장치 뇌 이식 기술 개발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에서 컴퓨터 칩을 이식받은 한 사지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커서를 움직여 온라인 체스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놀런드 아르보(29)씨가 20일(현지시간) ‘뉴럴링크’ X 계정에서 진행된 라이브 방송에서 칩 이식에 대한 생각과 수술 후기 등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수술 이후 커서를 제어해 온라인 체스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도 밝혔다. (사진=뉴럴링크 X 갈무리)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뉴럴링크의 첫 칩 이식 환자인 놀런드 아르보(29)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진행된 9분가량의 라이브 방송에서 “수술은 매우 쉬웠다”며 “하루 만에 병원에서 퇴원했고 인지 장애를 겪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뉴럴링크가 시험 참가자의 모습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다이빙 사고로 어깨 아래 모든 신체가 마비됐다던 그는 맥북으로 체스 게임을 하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아르보는 “커서에 ‘포스’를 사용하는 것 같다”며 “내가 원하는 모든 곳으로 커서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는 SF영화 ‘스타워즈’에서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뜻한다.

그러면서 “모든 일이 내 뇌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정말 멋진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시드 마이어의 문명 VI’를 언급하며 “(사고 이후) 게임 하는 것을 거의 포기한 상태였지만 (뉴럴링크가) 다시 게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줬다. 8시간 동안 연속으로 게임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이미 제 삶은 바뀌었다”며 “이것이 여정의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뉴럴링크는 신체 손상을 입은 사람이 생각만으로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를 뇌에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들의 첫 목표는 BCI를 통해 환자가 커서나 키보드를 제어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5월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 승인을 받은 뒤 같은 해 9월부터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으로 인한 사지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뉴럴링크의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뉴럴링크가 개발한 컴퓨터 칩 ‘텔레파시’를 뇌에 이식받은 환자가 생각만으로 커서를 제어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신경공학 프로젝트를 진행한 킵 루드비히 박사는 이날 로이터 통신에 뉴럴링크의 시험은 “돌파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칩 이식 초기 단계이며 (시험 대상자가) 제어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뉴럴링크와 시험 대상자 모두 많은 학습을 해야 한다”면서도 칩 이식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게 된 것은 환자에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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