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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로운 선택하시라" vs "지시 어기면 처벌"…해병대 선후배, 법정 공방

김관용 기자I 2024.02.01 18:19:44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2차 공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증인 출석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중장)이 1일 법정에서 만났다.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 피해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 상병 사고 초동조사를 둘러싼 항명 및 외압 논란 이후 약 반 년 만이다.

박 대령은 이날 오전 군검찰이 자신을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재판의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용산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금이라도 사령관으로서 명예로운 선택을 하시길 바란다”고 김 사령관에게 촉구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저를 둘러싼 모든 일들이, 고 채 상병의 시신 앞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에서 비롯됐다”며 “채 상병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이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야 한다. 과연 떳떳하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모든 일들이 올바르게 정의되는 사필귀정의 해가 되도록 국민 여러분의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공판에서 박 대령은 채 상병 사망사고 조사결과 보고서의 경찰 이첩 보류를 김 사령관으로부터 명시적으로 지시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오히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죄명을 빼라. 혐의자를 빼라’ 등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은 나의) 명확한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면서 “이 부분은 재판부에서 판단해주실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모두 3차례에 걸쳐 이첩 보류를 명시적으로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사령관은 재판부가 박 대령을 항명죄로 처벌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이첩 보류와 관련한 지시를 어긴 건 명확하다”며 “군인이 지시를 어긴 것은 어찌 됐든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사령관은 또 박 대령이 조사결과 보고서의 경찰 이첩으로 인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날 ‘우린 진실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것 없다’는 취지로 해병대 수사단을 응원했던 것에 대해 “수사단장이 조사를 받고 있고 보직해임됐던 시점으로 안다”며 “그것에 대해 (수사단원들이) 동요했기 때문에 동요를 방지하기 위한 통화였다”고 설명했다.

김 사령관은 자신의 공책에 ‘당구장 표시’(※)와 함께 ‘장관님, 제가 책임지고 넘기겠다(내일)’라고 적혔던 글씨가 지워진 사실과 관련해 “제 노트이기 때문에 제가 했고(썼고) 삭제했을 것”이라며 “제 생각인지, 수사단장(생각)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령 측 변호인은 “김 사령관의 공책 메모는 단장(박 대령)이 한 얘기가 아니다”면서 “(김 사령관이) 장관한테 자기 결심을 통보한 게 아닌가라고 저희가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령관은 이날 재판부로부터 마지막 발언 기회를 얻어 “(지난해) 8월 2일 박 대령이 (이첩을) 강행한 과정에서 ‘제가 사령관님 지시 어긴겁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인 것 분명히 기억한다”면서 “자의적인 법 해석과 본인이 옳다고 믿는 편향적인 가치를 내세워 해병대를 살리고 지키고,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한 모습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대령 또한 발언 기회를 얻어 “(김 사령관과) 같이 근무하면서 정말 부하를 위하고 해병대를 사랑하는 마음에 가슴 깊이 존경해왔고, 그리고 항상 충성으로 보답을 했었다”면서 “(그런데 오늘) 얼마나 고충이 심하실까 가슴이 너무 아프다. 사령관님에게 진심으로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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