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코드 인사' 김오수 檢총장 지명…이성윤 유임 위한 단초되나

하상렬 기자I 2021.05.04 17:39:24

'정치적 중립성' 논란, 인사청문회 주요 쟁점될 듯
"'이성윤 유임' 시 대선까지 영향 미치겠다는 의지 표명"
법조계 "과거 친정부 행보…총장으로서 ‘원칙’ 국민에 밝혀야"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검찰총장 후보자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58·사법연수원 20기)을 지명한 가운데, 김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친(親)정부 성향 인사로 꼽히는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되면, 마찬가지로 친정부 인사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으로 이어져 여권이 검찰 조직을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지난 2019년 11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현 검찰총장 후보자)과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현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이날부터 국회 인사청문회를 위한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청문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한 뒤, 인사청문 요청안 준비를 위한 서류 검토에 착수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면 검찰총장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다만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야당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법무부 차관으로서 박상기·조국·추미애 3명의 전임 법무부 장관을 연이어 보좌한 김 후보자는 지난 2019년 조 전 장관 일가 수사 국면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는 등 친정부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김 후보자는 이 사건으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문제는 향후 검찰 인사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이달 말께 총장으로 임명되면, 이르면 6월 중 검찰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직후 첫 검찰 인사를 소폭으로 하며 하반기 대대적인 인사를 예고했지만, 법조계에선 검사장급 간부들이 물갈이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검찰은 동기·후배 기수에서 검찰총장이 나오면 사직을 하는 관례가 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0기로 현 23~24기가 주축인 고검장·검사장들보다 선배 기수이기 때문에 이들 스스로 사직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사무실 출근길에 “내부 구성원들과 화합해 신뢰 받는 검찰, 민생 중심의 검찰, 공정한 검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조직 안정’을 강조했다. 현 지휘부 체제를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두겠다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이 지검장의 거취가 주목을 받는다. 대표적인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 지검장은 현재 ‘김학의 사건’ 관련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를 앞두고 있다. 오는 10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 계속·기소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지만, 검찰은 회의 결과에 상관없이 이 지검장 기소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이 지검장의 거취에 대해 입장 정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직 안정’을 강조한 김 후보자가 기소를 앞둔 이 지검장을 유임시킨다면, 검찰 내부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김 후보자는 과거 친정권 검사로 논란을 빚었다. 다만 과거는 고치기 어려우니 이제라도 국민들에게 총장으로서 ‘원칙’을 밝힐 필요가 있다”며 “기소 직전인 이 지검장을 유임하는 것은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발표가 총장으로서 첫 번째 단추가 될 듯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지검장 유임은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정권의 의지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선거 관련해 모든 중요 사건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친정부 성향인 김 후보자의 총장 임명과 더불어 친정부 성향인 이 지검장까지 유임된다면, 차기 대선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이라며 “이 지검장을 법무연수원 같은 비(非)수사 부서 기관장으로 전보시키는 게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