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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7% 성장에도 물가 덜 꺾여…이창용, 내년 금리 인하 기대 낮췄다

최정희 기자I 2022.11.24 18:12:11

이창용, 금리 인상 부작용 인식하기 시작…최종금리 3.5%
고물가 속 경기둔화·PF-ABCP 유동성 부족 우려 커져
내년 금리 인하 기대도 차단…물가, 목표치 수렴 시점 뒤로 밀려
내년 상반기 성장률 1.3%로 떨어진 후 하반기 2.1%로 회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작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1년 4개월간 무려 2.75%포인트나 올려 역사상 가장 빠르게 올리고 있지만 물가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고 경기둔화, 단기 금융시장 유동성 부족 등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 금리가 주는 고통은 커지는 반면 5%대의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쉽사리 금리 인상을 멈추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 1월 추가로 한 번만 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장기간 금리 동결기에 돌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에선 내년 말께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한은이 제시한 내년 하반기 성장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이 역시 가능성이 낮아보인다.

*2022년~2024년은 한은 전망치 기준(11월) 출처: 한국은행


◇ 최종금리는 3.5%…딱 한 번만 더 올린다


한은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3.25%로 결정했다. 작년 8월부터 아홉 번에 걸쳐 금리를 2.75%포인트나 올린 만큼 이날 가장 큰 관심은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금리가 얼마냐는 것이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빌려 사실상 최종금리가 3.5%에서 멈출 것임을 시사했다.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3.5%를, 나머지 2명은 3.5%에서 3.75%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이고 나머지 1명은 3.25%를 보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내년 2월엔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려워지고 내년 1월에 멈출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재가 우려하는 금리 인상의 부작용은 단기 금융시장의 유동성 부족이다. 연말 20조~30조원의 부동산 자산담보부증권(PF-ABCP)이 만기도래하는 데 필요하다면 한은이 추가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지난 달 23일 시장안정화 대책 이후에도 부동산 ABCP 관련 과도한 신뢰상실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에 비해 더 금리가 높아졌다”며 “단기자금시장은 한은 입장에서 금리를 조절할 때 처음 시작하는 통화정책의 전달경로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단기자금시장의 쏠림현상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달 말 증권사를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유동성 공급에 나섰는데 그때와 마찬가지로 △대상을 타깃해서 한시적으로 △시장금리보다 높게 △담보를 받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원칙을 지키는 방식으로 PF-ABCP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긴축 사이클 중 유동성 지원은 그 경중에 관계없이 모순”이라며 “한은의 단기자금 지원과 이것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총재의 태도는 통화정책 피봇(Pivot·정책 전환)을 연상케한다. 국내 경제의 긴축 고통은 한은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은이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발표한 경제성장률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음을 보여준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2.6%로 석 달 전 전망을 유지했지만 내년엔 2.1%에서 1.7%로 0.4%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내후년엔 2.3%로 잠재성장률(2%)을 웃돌면서 회복세가 예상된다. 이 총재는 “내년 성장률 하향 조정 요인을 구분해보면 대부분이 글로벌 경기둔화폭 확대와 같은 대외 요인에 기인하고 국내 금리 상승 등 대내 요인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금리 낮췄지만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도 지웠다

금리 인상의 부작용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 총재는 당분간(3개월)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둔화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꺾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말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0.4%포인트나 하향 조정했음에도 올해 물가상승률, 내년 물가상승률을 고작 0.1%포인트씩 하향 조정한 5.1%, 3.6%로 전망했다. 내후년 물가상승률은 2.5%로 전망돼 내후년에도 목표치(2%)를 상회한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물가 전망치는 각각 5.6%, 4.2%로 석 달 전 전망(5.9%, 4.6%)보다 낮아졌지만 내년 하반기에는 2.9%에서 3.1%로 외려 0.2%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2%대 물가 도래 시기는 석 달 전까지만 해도 내년말로 예측됐으나 내후년으로 밀리는 모습이다.

이는 그간 쌓였던 원가 부담이 전기·가스요금,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또 중국이 내년 3월 양회 이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면서 공급부족 우려에 유가가 내년 하반기께 100달러를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경제성장률도 올 하반기 2.3%에서 내년 상반기 1.3%로 떨어지지만 내년 하반기엔 2.1%로 잠재성장률(2%)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차이를 비교한 국내총생산(GDP)갭도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로 전환되다가 하반기께 중립 수준으로 닫히고 내후년에는 플러스 전환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최종금리에 도달한 이후에도 금리를 낮추기 위해선 물가 수준이 목표 수준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다는 증거를 확인한 이후에 금리 인하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혀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했다.

반면 물가가 빠르게 꺾인다는 전제로 여전히 내년 하반기 금리 인하를 예측하는 시각도 있다. 김진욱 씨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3분기부터 물가상승률이 3% 미만으로 안정되고 주택 시장 조정이 장기화돼 내년 7월부터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 내후년 1분기까지 금리가 2%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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